카카오페이 상장 또 미뤄지나
[경향신문]
지난달 ‘고평가 논란’ 상장 연기 이어 금융당국 ‘빅테크 규제’에 발목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 “법 위반 소지” 지적…증권신고서 정정 불가피
카카오그룹의 주력 금융기업인 카카오페이가 상장을 한 달여 앞두고 대형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카카오페이의 핵심 사업인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히면서다. 이미 한 차례 밀렸던 상장 일정이 또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기업들 중 ‘대어급’으로 꼽힌다. 오는 29~30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다음달 5~6일 일반 청약, 다음달 14일 상장이 예정돼 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7월 말 일반 청약에서 58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끌어모으고 상장 후에도 주가가 고공행진해 카카오페이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일반 청약 물량의 100%를 균등배정하기로 해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애초 지난달 상장을 추진하다 고평가 논란이 불거져 상장을 연기했던 카카오페이는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등 플랫폼 기업의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오는 24일까지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같은 날 토론회에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독과점 행위를 강하게 성토하고 나서면서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가 급락했다.
정부·여당의 규제 방침에 따라 기업의 핵심 사업이 안고 있는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카카오페이의 IPO 흥행 및 상장 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B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이번 규제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단기적인 연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카카오페이는 (투자, 대출, 보험 등) 금융서비스 매출 비중이 2019년 2.4%에서 2020년 22.7%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로 카카오페이 상장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금소법 위반 사안으로 당장 카카오페이의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성장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카카오페이에 투자중개업 인가나 보험 대리점·보험중개사 라이선스가 없지만,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과 케이피보험서비스가 보유한 관련 라이선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자회사에 라이선스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카카오페이가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에서 해당 상품을 주도적으로 팔았다는 데서 소비자보호 이슈가 생긴다”면서 “플랫폼 업체 자신이 라이선스를 갖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카카오페이가 중개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은 데 따라 증권신고서도 정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된 서비스이자 수익원에 대해 당국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만큼 증권신고서에 반영하는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정 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상장 일정은 불가피하게 미뤄지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소법 위반 여부는 증권신고서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법률 위반 리스크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으니 카카오페이가 입장을 정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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