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모기 꼼짝마" 불청객 잡는 '모기 보안관' 떴다
[경향신문]
5년 이상 ‘베테랑’ 등 124명
동네 소공원·골목길 방역
입소문에 다른 지자체 확산
“여기 수풀 보이죠? 해가 뜨면 이런 데 모기가 다 숨어 있다니까. 꼼꼼히 뿌려줘야 해요.”
차가운 새벽 기운이 가시지 않은 오전 7시. 사람들은 하나둘 출근길에 나서는 시간이지만, 모기는 활동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폭염이 가시면모기가 극성을 부리는데, 서울 서초구 ‘모기 보안관’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는다.
기자는 9일 서초구 반포1동 주택가 일대에서 활동하는 이신규(67)·김숙여(68)씨와 함께 모기 퇴치에 나섰다. 이씨와 김씨 모두 2017년부터 5년간 보안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이다.
모기 보안관 활동을 하며 먼저 살펴야 할 곳은 우거진 수풀과 물이 고여 있는 하수구다. 몸을 숨기기 좋아 모기가 선호하는 공간들이다. 수풀과 하수구 등에 살충제를 뿌릴 때마다 어김없이 모기 서너마리가 튀어나왔다.
이씨는 “모기들이 숨어 있다가 밤만 되면 나와서 사람들을 못살게 구니 꼼꼼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물웅덩이가 있는 하수구에는 모기 유충이 자라니 유충퇴치제도 넣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모기 퇴치 작업에 한창이던 중 인근 주민이 말을 걸어왔다. 밤만 되면 집 근처 다리 밑에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쓰레기를 버린다는 민원이었다. 김씨는 “이 동네에 30년 가까이 살았다. 동네를 잘 알다보니 현장에서 듣는 민원을 주민센터나 구청에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며 “모기 보안관은 지역의 소통창구 같은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모기 보안관은 여름철 방역 사각지대에 모기로 인한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17년 서초구가 처음 시작한 사업이다. 도입 당시 100명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에는 124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충남 천안과 대전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모기 보안관은 손수레에 6ℓ 크기의 분무기와 살충제, 모기유충제를 넣고 방역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동네 소공원이나 골목길을 누빈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2~3회씩 오전 시간을 이용해 활동하고 있다.
모기 보안관은 만 18세 이상 서초구 거주자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이들은 대부분 60세가 넘었다.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할 청년보다는 정년을 마친 어르신들이 지역봉사나 소일거리 차원에서 모기 퇴치 활동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매일 활동비 2만원이 주어진다. 큰돈은 아니지만 일을 마친 뒤 목욕을 하거나 간식거리를 사 먹는 데 쓴다”며 “돈보다 지역주민들의 고충도 들어주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모기 보안관 운영으로 그간 손이 미치지 못했던 모기방역 사각지대를 섬세하게 살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주민생활 밀착행정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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