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촬영장, 크랭크인 현장에 공산당기 등장

[스포츠경향]

중국 대중문화계에 불어닥친 공산당 발 ‘정풍운동’ 영향 속에 촬영 개시를 알리는 ‘크랭크인’(Crank in) 행사에 돼지머리와 향 대신 공산당기가 등장했다.

중국 방송 규제당국인 국가광전총국이 지난 2일 정치적 입장이 공산당 및 정부와 맞지 않거나 각종 물의를 빚은 연예인 출연을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발표하며 대중문화계 ‘정풍운동’에 들어간 후 나타난 모습이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 돌입하는 날 돼지머리를 상에 올려놓고 향을 피워 놓은 채 감독과 주연배우 등이 절을 하는 식으로 고사를 지내는 것이 우리나라 충무로는 물론 중국도 오랜 관행이었는데, 중국 연예계 ‘정풍운동’ 바람이 이 풍경을 바꿔놓은 것이다.

9일 중국 관변매체 관찰자망에 따르면 지난 7일 강희제(청나라 제4대 황제) 시대의 충신을 그린 TV 사극 ‘톈샤창허’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공식 계정에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공산당기와 ‘톈샤창허 임시 당 지부 깃발을 중심으로 모여 찍은 단체사진이 올랐다.

사진 왼쪽에는 ‘출연자 자율공약’을 적은 현수막이 등장했는데, 여기에는 ‘당과 나라를 사랑하고, 인민과 사회주의를 위해 일하는 방향으로 직업적 도덕성과 예술성에서 높은 수준을 갖춘다’, ‘엄격히 예술품격을 지키고, 중화문화의 입장을 유지하고 중화미학의 정신을 함양하고, 문예의 미학과 이상을 굳게 지킨다’는 등 내용이 적혀 있다. 제작진에 공산당 임시지부를 두기도 했다.

관찰자망은 “최근 연예계를 강타한 ‘대지진’들로 정솽(탈세 혐의), 크리스(중국명 우이판·성폭행 혐의) 등 아티스트들의 각종 위법, 규율 위반, 부도덕한 행위 등이 출연 작품에 영향을 주면서 업계 내부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고 크랭크인 의식에도 반영됐다”고 보도했다.

관찰자망은 “최근 연예인들이 잇달아 물의를 빚은 사건을 계기로 몇몇 플랫폼(방송국 등)들이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자율공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제작진은 ‘배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배우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심층 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국 공산당의 대중문화 탄압 조치에 해외언론에선 ‘신문화대혁명’이라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