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사라지는 'D.P'
[경향신문]

군 병사들의 보직 중에 ‘군무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D.P)가 있다. 탈영병을 잡는 군사경찰(옛 헌병)인 D.P병이다. 육군에만 있는데 100여명에 불과하다. 통상 2인 1조로 활동하는 이들은 특성상 머리카락을 기르고, 사복을 입는다. 활동비도 있고, 수갑 등 장비도 사용한다.
그 D.P병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큰 화제다. 군대를 갔다오든 아니든 세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대선 주자들이 언급하고, 국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온다. 드라마 배경(2014년)과 맞지 않는 드라마 속 소품을 비롯해 한글·영어 자막의 오류를 찾아내 제작진을 골려주는 이들도 숱하다. 해외에서까지 다양한 비평이 나온다. 가히 ‘D.P.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원작(김보통의 웹툰 <D.P 개의 날>)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각본과 감독·배우들의 뛰어난 연출력·연기 등이 주목받는다.
가장 큰 인기요인은 공감을 부르는 주제의식이다. 폐쇄적 병영문화 속 가혹 행위, 집단 따돌림 등 각종 부조리를 실감나게 드러낸다. 군이 은폐하는 어두운 면을 다뤄 강인함·전우애로 상징되는 기존의 군 드라마와 차별화된다. 특히 탈영 이유들을 조명하며 군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부조리까지 담아내 호응을 받는다.
D.P 보직이 내년 7월 폐지된다고 국방부가 9일 밝혔다. 군 수사업무에서 병사를 배제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드라마와 무관하게 군무이탈 건수의 감소(2014년 406건에서 지난해 91건) 등에 따라 진작부터 추진해온 사안이라고 한다.
드라마 <D.P.>가 인기를 모으자 군은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지금의 병영 현실과 다른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을 보자. 최근에만 성추행과 2차 가해로 여군 부사관들이, 구타·폭언·집단 따돌림으로 병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군함의 장병 90%가 부실한 조치로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게 국방부다.
군은 한 드라마가 왜 큰 화제가 되는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바짝 날선 군기로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시민들은 ‘지금 군은 드라마와 다른가’ 묻고 있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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