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질문'에 혼쭐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9일 ‘압박 면접’을 봤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국민 시그널 면접’ 행사에서다. 대선 주자 12명 가운데 장성민, 장기표, 박찬주, 최재형, 유승민, 홍준표 등 6명이 차례대로 나와 1인당 22분씩 면접을 치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준일 뉴스톱 대표, 박선영 동국대 교수가 ‘송곳’ 질문을 던졌다. “학예회”라는 혹평을 받던 비전발표회 때와 달리 후보들이 “(면접관들이)골수좌파라서 베베 꼬였더라” “혼쭐났다”라고 할 정도로 긴장감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선 면접관과 대선 주자들 간 날선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홍준표 의원에게는 과거 논란이 됐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2030 남성 지지율은 높지만 여성들은 지지를 안 한다. 돼지발정제 발언 등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인식이 남아서 못 찍겠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홍 의원이 “그렇습니다”라고 답하면서 모두들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에게 “주막집 주모”,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라고 한 것은 성희롱적 발언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홍 의원은 “막말이라는 비판은 수용하겠지만 성적 희롱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홍 의원은 경남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쇄해 경남의 병상 1개당 담당 인구수가 400여명으로 전국 평균 170여명을 상회하게 된 것 아니냐 진 교수의 질문에는 “진주의료원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골수좌파고 절대 저를 안 찍는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에게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된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졌다. 진 전 교수가 “이준석 대표, 유 전 의원, 하태경 의원까지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우면서 안티 페미니즘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 2030 여성들의 견해를 물어본 적 있느냐”고 묻자 유 전 의원은 “진정한 양성 평등을 위해서 아무일도 안 하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서 진짜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G7 국가는 미쳤다고 여성부 또는 여성부 장관을 두는 거냐. 안티 페미니즘의 바람을 타려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김 대표의 질문이 이어졌다. 유 전 의원은 “4년 전 젠더갈등이 없었을 때부터 이 공약을 주장했다”며 “양성평등을 위해서 얼마나 진지한 노력을 하는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지켜봐달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배신했다는 ‘배신자 이미지’가 있다는 지적에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억울하다”며 “그분들(영남 보수층)의 생각도 바뀔 거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는 “아들, 며느리까지 애국가 제창하는 것은 너무 가부장적인 것 아니냐” “중도측에 대한 호소력을 기대했는데 정작 공약 보면 울트라 라이트다.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시장 만능주의 경향이다”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최 전 원장은 “가부장적이라기보다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봐달라” “작지만 사회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효율적 정부라는 점을 봐줬으면 한다”고 각각 답했다. 진 전 교수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단가 후려치기로 착취하는 구조다. 그런데 기간제 파견근로를 확대한다는 대안을 내놓는 것이 납득이 안 간다”고 묻자 최 전 원장은 “법규 위반되는 것은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진 교수가 “대개는 편법으로 한다”고 따져묻자 최 전 원장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홍 의원은 면접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면접관들의 질문에 대해 “골수좌파라서 베베 꼬였더라”라고 불편한 감정을 비쳤다. 유 전 대표 역시 “수많은 공약을 발표했는데 여가부 공약만 가지고 시간을 다 끌어서 어이가 없었다”고 불평했다. 진 전 교수에 대해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인데 선관위가 왜 저런 분을 면접관으로 모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10일에는 황교안, 윤석열, 박진, 안상수, 하태경, 원희룡 등 나머지 6명의 대선 주자가 ‘압박 면접’을 치른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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