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선한 기부의욕 꺾는 극심한 관료주의

2021. 9. 9. 19: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써달라고 거액을 정부에 기부했으나 4개월여가 지나도록 기부금 활용방안 등 병원 건립을 위한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정부에 기부한 7000억원은 세계적 감염병병원을 짓고 감염병 연구를 하는데 충분하고 또 이미 확보된 금액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부금이 투입될 감염병병원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써달라고 거액을 정부에 기부했으나 4개월여가 지나도록 기부금 활용방안 등 병원 건립을 위한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키로 했던 기부금관리위원회가 9일에서야 구성됐다. 감염병병원은 개원까지 장기간이 소요되지만 착수가 빠를수록 좋은 것은 상식이다.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2049명이고 사망자는 9명이다. 하루라도 빨리 대처하면 그만큼 감염을 줄이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정부에 기부한 7000억원은 세계적 감염병병원을 짓고 감염병 연구를 하는데 충분하고 또 이미 확보된 금액이다. 사업이 지연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부지도 서울 중구 옛 미군 공병단 터로 확정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부금이 투입될 감염병병원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설계 용역 착수가 지연돼 당초 목표했던 2026년보다 2년 이상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내놓은 이유는 납득이 안 간다. 예상치 못했던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와 2018년 세웠던 중앙감염병병원 사업계획을 재검토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로 계획을 짜는 것도 아니고 기존사업을 재검토하는데 그렇게 장시간이 필요하단 말인가. 기존 책정된 예산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꼼수'를 부리다보니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은 기부금을 내놓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을 만들어 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 이 회장과 유족들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가 주요 피해국이 되면서 감염병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기부자의 숭고한 뜻을 기린다면 기부금 활용에 시간을 낭비해선 결코 안 된다. 기부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사업 추진이 지체된 데는 정부가 밝힌 표면적 이유 외에 다른 더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금관리 및 병원 건립의 주체를 놓고 보건복지부 관료들과 국립중앙의료원 의사들 간 기 싸움이 주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인이 평생 일군 개인재산을 기부해 하는 일에도 이권다툼을 벌이는 한심한 작태에 실망이 크다. 개인과 대기업의 선한 기부의욕을 꺾는 극심한 관료주의, 정말 큰 문제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