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담배, 마약인데도 불구하고
담배는 남미 안데스 산맥과 멕시코 고산지대에서 자라며 이들 원주민들이 주술 목적으로 사용하다가 콜럼버스에게 선물한 것이 유럽으로 전해져 유행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들어와 널리 보급되었는데 하멜 표류기에는 "조선에는 담배가 성행하여 4, 5세 때 배우기 시작하여 남녀간에 피우지 않는 자가 없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이덕리가 쓴 기연다(記煙茶) 등의 기록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담배를 피웠던 것으로 보인다.
담배의 유독 성분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니코틴은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는 마약 성분이다. 신경계를 흥분시켜 쾌감을 얻게 하고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할 때 일시적으로 창의력을 향상시키며 흥분했을 때는 반대로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일단 중독되면 지속적으로 니코틴이 공급되지 않으면 불편한 금단증상을 일으켜 꾸준히 담배를 피도록 유도한다. 특히 혈관을 수축하고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장병과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고 혈압과 맥박을 올리며 호흡을 가쁘게 한다. 또 인슐린 분비를 해 혈당을 올리는 역할도 한다. 담배연기가 뇌에 작용하는 데는 4, 5초면 충분하지만 체외로 배출시키는 데는 약 3일이 걸려 체내에 지속적으로 누적되게 된다.
두 번째로 일산화탄소(CO)는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과 빠르고 강력하게 결합하여 체내에 산소 공급을 감소시켜 정신이 명해지고 조기 노화현상을 일으킨다.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면 혈중 CO농도가 2 ~5%, 두 갑을 피우면 5 ~ 10%가 되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농도가 된다. 이는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니코틴과 함께 심장마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타르다. 타르는 단일 성분이 아니라 담배연기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성분들을 묶어서 표현하는 용어이다. 타르에는 약 4000 가지의 화학물질과 40여 가지의 발암물질이 있다. 폐암, 식도암, 구강암, 후두암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을 유발한다. 담배연기와 직접 만나는 폐는 물론 영향을 받지만 대부분의 성분들은 혈액으로 침투하여 다양한 장기에서 암을 유발한다.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의 흡연률은 2019년 기준으로 21.5%로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이다. 특히 남성의 경우 2007년 45.1%에서 35.7%로 꾸준히 감소했으나 여성의 경우는 6.7%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니코틴 중독성은 대마초나 알코올보다 심하며 헤로인과 코카인보다는 낮을 정도로 강력한 마약이다. 다만 워낙 보편화되어 있어 금지가 쉽지 않을 뿐이다.
네덜란드는 1970년대부터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등 마약에 관대했지만 담배에 관한 한 단호했다. 2008년부터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담배 판매의 55%를 차지하는 슈퍼마켓의 판매를 중단시켰으며 자동판매기를 없애서 담배 판매 장소 1만6000 곳 중 1만1000 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담배와 전자담배 모두 분명한 경고를 표시하게 하는 등의 다양한 조치를 통해 2040년까지 성인 흡연율을 5%로 낮추고 청소년과 임산부의 흡연율을 0%로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일본 후생성에 의하면 담배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2015년 기준으로 12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약 5조4000억원으로 추산한 자료가 있는 만큼 그 비용이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2014년 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7%가 흡연피해에 대해 담배회사가 책임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한 판례가 있는 만큼 프랑스, 영국,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비만을 일으키는 식품에 대해 비만세를 부과하는 것처럼 담배에 의료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금년 초 OECD 국가의 절반 수준인 담배 가격을 2배로 올려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특히 일단 흡연을 하면 끊기 힘들다는 점과 태아에게 위험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청소년과 임산부들이 처음부터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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