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칼럼] '파이브 아이즈', 한국 참여는 당연하다
미국 하원이 2022년 국방수권법안을 만들며 한국의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가입을 검토하도록 요구했다. 한국 외교부는 아직 구체적인 요청이나 검토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어물쩍 넘길 일은 아니다. 정보가 세상을 지배하는 21세기에 한국의 정보 영토를 확장할 기회가 있다면 잡아야 한다. 제3국의 압력에 대한 걱정이나 대응은 그 다음의 일이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다섯 나라가 맺은 기밀정보 동맹체다. 앵글로색슨족에 뿌리를 둔 국가들만 참여해온 이 정보협력체는 다양한 방법으로 취득한 비밀정보를 회원국 간에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정세는 물론이고 테러 정보, 경제 정보와 특정국의 정치 동향 등 한국이 보유한 정보자산만으로는 절대 확보할 수 없는 고급정보다.
미 하원이 최고 수준의 정보동맹에 한국의 참여를 검토하라고 한 것은 그만큼 전략적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독일, 인도, 일본과 같은 검토 대상국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일 '파이브 아이즈'가 '나인 아이즈'로 확대된다면 비록 정보협력체일 뿐 공식적인 동맹조직이 아니라 해도,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핵심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물론 가치가 나가는 회원권인 만큼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대북 정보를 공유해야 할 것이며, 정보 영역 외에도 미국의 대외정책에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보내야 할 상황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다수의 고급정보가 미국에 의해 생산되는 만큼, 공유되는 정보의 질과 양도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한계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이 따른다 해도, 훗날 한국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파이브 아이즈'에 가입해야 한다. 정보 강국과의 교류를 통해 한발 앞선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공유되는 있는 양질의 정보를 통해 다시 우리의 정보역량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전개되면 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누군가가 방해를 한다해도 이러한 국익을 포기해선 안된다.
미중 전략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위치 선정과 관련하여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사드(THAAD) 배치 당시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인한 고통이 아직도 한국 사회 내에 남아 있다. 그 결과 일각에서는 미중 전략경쟁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못지않게 미중 사이에서 철저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조약을 맺고 있지만 중국을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이 제1의 경제적 협력 파트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한중 경제협력은 점점 더 경쟁 관계로 변모하고 있다. 동시에 한중간 교역에서 생산되는 부가가치는 한미간 교역에서 발생하는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 까닭은 이웃 국가라는 지정학적 이유 때문이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해양경계선 문제와 같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숙명이 자리잡고 있다. 더구나 한중간 국력의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중국 문제를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중국을 고려한다 해도 일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중국을 직접 겨냥한 협력은 자제한다 해도, 그 외의 영역에서는 한국의 주권적 국익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파이브 아이즈'는 글로벌 정보 공동체이다. 그 역사적 뿌리는 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고, 중국을 겨냥해 만든 조직도 아니다. 이런 협의체에도 참여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국은 중국에 예속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신중한 행보를 취해가며 참여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쿼드(Quad)나 첨단기술 공급망 협력과 달리 '파이브 아이즈' 참여는 밖으로 공개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가입 여부를 확인해주지도 않고 부인하지도 않는 방식으로 조용히 정보협력을 확대해 나가면 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정보화 시대 최고급 정보를 다루는 '메이저 리그'에 들어가는 것이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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