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가 난민을 맞이하는 법

한겨레 2021. 9. 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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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황필규|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국의 해외활동에 관련됐던 현지인들에 대해 자국 입국조치를 취하며 정부가 난민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이들에게 붙인 명칭이다. 솔직해지자. 이들에게 고마워서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이 아니다. 타국과 공동으로 유사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외교적 이유와 자국 활동 참여로 인해 박해 가능성이 있고 박해를 받을 경우 국제적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난민이다. 정부는 자국의 이익에 특별히 기여한 이들만이 사실상 난민의 권리를 제대로 떳떳하게 누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비난의 대상이 돼도 상관없다는 가상적인 현실세계를 만들었다.

정부에 의하면 이들은 이미 검증된 ‘특별기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안전’ 우려의 당연한 대상이다. 신원검증도 미리 철저히 했지만, 이후에도 ‘거듭’해나가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가장 불안해하고 있는 치안 문제 해결을 위해 인재개발원 외곽에 경비 초소 설치와 더불어 순찰차 3대를, 내부에는 기동대 2개 중대를 배치했다.” 박해라는 특별한 상황을 피해 온 보통 사람들인 난민을 정부는 공포의 대상으로 공식 확인했다. 제주 예멘 난민 상황에서 ‘국민이 우선이다’라는 구호에 대해 ‘국민 보호가 최우선이다’라는 뒤틀린 국가주의, 외국인혐오주의로 답했던 정부다. 국민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으면 그냥 그렇게 된다.

정부는 국내 체류 미얀마인들과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전례 없는 특별체류조치를 시행했다. 기존에 체류자격이 있었던 이들에게는 기존 비자를 연장하거나 단기 비자를 발급하고 체류자격이 없는 이들에게는 출국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인도적’ 조치라고 하면서 당장 법적 생계유지 수단이 없는 이들의 극단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미얀마인들 때와는 달리 아프가니스탄인들에 대한 조치에서는 신원보증인 없으면 구금하겠다, 체류허가 때 실태조사를 강화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며 압박한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콕 집어 무슬림 혐오인가.

1990년대 난민심사제도를 도입한 이래 지금까지 정부의 난민에 대한 판단 기준은 오로지 ‘남용 가능성’이다. 한해 난민신청자가 100명 남짓했던 15년 전에도 정부가 주로 얘기하던 것은 소위 불법체류자의 취업, 장기체류 방편 난민인정제도 악용 가능성이었다. 모든 제도는 남용 가능한 것이기에 이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계획과 무지, 책임 회피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심사를 공정, 투명,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길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박해 가능성도 없는데 돈벌이를 위해서 가짜로 난민신청했다는 허위 난민심사 면접조서가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작성됐다. 법무부 심사관과 통역의 공모가 드러났다. ‘남용적 신청’을 걸러내는 실적 경쟁을 강요받던 상황이었기에 개인적 일탈의 문제로만 평가될 수는 없었다. 정부는 자세한 난민심사기준을 알면 신청자가 남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난민심사 관련 지침을 공개하지 않는다. 권리의 남용 가능성 때문에 그 권리 행사 혹은 제한의 기준을 공개할 수 없다는 발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런 논리대로라면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최우선적으로 비공개되어야 한다. 처음 맡았던 난민사건은 신청에서 법무부 결정까지 5년이 걸렸다. 법무부의 공식 입장은 5년간 난민신청자의 본국 상황을 연구했다는 것이었다. 신속한 처리를 얘기하니 몇년 전 난민위원회가 2시간 만에 약 800건의 이의신청사건을 결정했다. 부실 심사라기보다는 공권력을 이용한 난민들의 이의신청권 박탈이다. 누가 감히 누구의 남용을 얘기하는가.

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다음과 같은 난민공약을 제시했다. ‘한국의 경우 비록 난민법 제정으로 난민인정 절차와 난민 보호가 일부 개선되었지만, 경제력, 국내총생산(GDP), 인구, 국토 면적 대비 난민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전세계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난민 인정·보호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고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내년 대선에는 어떤 후보들이 어떤 내용의 공약을 제시하고, 당선된 대통령은 이를 얼마나 이행할까. 이 정부는 무엇을 남길 것이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책임 있는 이의 책임지는 답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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