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Y 줄고 비수도권 증가, '블라인드 채용' 법제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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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뒤 신입 사원 중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비율이 8%에서 5.3%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시장의 '학벌 관행' 타파 운동을 벌여온 교육시민단체 '교육의봄'이 9일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포럼에서 공개한 조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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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뒤 신입 사원 중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비율이 8%에서 5.3%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시장의 ‘학벌 관행’ 타파 운동을 벌여온 교육시민단체 ‘교육의봄’이 9일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포럼에서 공개한 조사 결과다. 블라인드 채용은 출신 학교, 학점, 가족관계, 성별 등을 보지 않고 직무 능력을 중심으로 적격자를 선발하는 제도다. ‘스펙’이 아닌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블라인드 채용의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육의봄은 이날 포럼에서 고용노동부의 ‘공정채용정책 현장 실태 조사 및 정책 이슈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노동법연구소 ‘해밀’이 고용부에 연구용역 과제로 제출한 보고서다. 공공기관 253곳의 2016~2019년 신규 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가 담겨 있는데, 블라인드 채용 제도 도입 전인 2016년 8%였던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비율이 2019년에는 5.3%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대학 출신 비율은 43.7%에서 53.1%로 늘었다. 여성 채용 비율이 2016년 34%에서 2019년 39%로 높아진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채용에서 학벌과 성별의 영향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학벌주의가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채용 과정에서 학벌을 중시하는 관행은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취업 시장에서의 명문대 우대가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을 낳고, 대입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특목고나 자사고 입학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빚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0년 교육 여론조사’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학벌주의가 약화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16.5%에 그쳤다. 심화할 것이라는 답변은 20.6%,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58.1%나 됐다. 학벌주의가 국민들의 큰 걱정거리임을 보여준다.
블라인드 채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학력·학벌 차별 관행을 없애기 위해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고 민간기업 확산을 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2017년 하반기부터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 도입됐다. 그러나 법적 근거 없이 정부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한계다. 정부가 바뀌면 폐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는 법률 제정을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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