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물고문' 어린이집 학대 교사 징역 4년 등 무더기 실형

재판부 "교사 대부분 학대 가담하고 방조한 전례 찾기 어려운 사건"

3세 아이가 토할 때까지 물을 마시게 하고, 잔반을 먹이거나 원생끼리 서로 때리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르고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울산 한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4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울산 지역 아동학대 피해 부모들이 지난 6월 16일 울산지법 앞에서 아동학대 양형 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이들과 함께 기소된 교사 6명 중 4명에겐 징역형 집행유예, 2명에겐 벌금형이 선고됐다. 일부 교사와 원장은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8단독 정현수 판사는 9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울산시 남구 모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에게 징역 4년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을 선고했다. 다른 교사 3명에겐 징역 1∼2년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7∼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3세 아동이 토할 때까지 물 7컵을 억지로 마시게 하고, 다른 아동이나 교사가 남긴 음식을 강제로 먹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특히 특정 아동을 수업 시간에 배제하거나 차단된 공간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막아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남녀 원생의 기저귀를 벗긴 채 서로 마주 보게 한 채 한참을 세워놓거나 다른 원생을 때리게 시키기도 했다.

A교사와 마찬가지로 실형을 선고받은 다른 교사 3명 역시 원생의 목덜미를 붙잡고 억지로 음식을 먹이거나 원생끼리 싸움을 붙였다. 이들은 0∼3세 원생이 지시에 따르지 않아 짜증이 난다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 넘겨진 이 어린이집 다른 교사 6명도 비슷한 학대를 했으나 정도와 횟수, 반성 정도를 고려해 4명은 징역 8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 2명은 벌금 200만∼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는 취업 제한 3∼5년도 내려졌다.

어린이집 원장에게는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학대 건수는 660회, 피해 아동은 40여명이다.

재판부는 “교사 대부분이 학대에 가담하고 서로의 학대 행위를 방조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다”고 밝혔다.

이어 “국공립 어린이집은 신뢰도가 높은데도 학대 사건이 발생했고, 확인된 두 달 사이 범행 횟수만도 매우 많아 추가 학대가 짐작된다”며 “교사들이 별다른 거리낌 없이 상시로 범행하고 학부모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