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200만 주주 '울상'..금융위 "규제 예외 유예 없다"
금융위-업계 간담회..네이버·카카오주가 이틀째 급락
◆ 거세지는 플랫폼 규제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9일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에 대해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그동안 '혁신'을 위해 빅테크와 핀테크에 다양한 혜택을 줬던 금융당국이 앞으로 이들에 대해 기존 금융권과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다. 금융 감독당국 입장 선회로 향후 온라인 금융 플랫폼에 다양한 규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고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빅테크 규제와 관련해 "금융위 입장에서 '동일 기능 동일 규제'를 여러 차례 이야기했고 앞으로도 그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카카오페이 등 금융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상당수를 미등록 '중개'로 판단하고 오는 24일까지 이를 중단하거나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등록하라고 요구했다. 여당도 전날 카카오 등 빅테크의 문어발 확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 위원장은 다만 빅테크·핀테크 기업과 '소통'도 이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산업도 업권별로 이해관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이슈에 대해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는 서울 광화문에서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핀테크 기업, 핀테크산업협회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핀테크 기업들은 이날 금융위에 "24일 종료되는 금융소비자법 유예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유예기간 연장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규제 소식에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매도로 전날에 이어 급락했다. 네이버는 전날보다 2.56% 내린 39만9000원, 카카오는 7.22% 하락한 12만8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네이버를 각각 588억원, 83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카카오도 각각 1716억원, 101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틀간 외국인과 기관이 카카오 주식 9000억원가량을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폭이 특히 컸다. 규제 압박에 카카오는 내부적으로 상생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봉진 기자 / 오대석 기자 / 이새하 기자]
금융위-핀테크 긴급 간담회
계도시한 이달 24일 지나면
금소법 위반으로 영업 못해
금융위 "서비스 유지 어렵다"
당국 기조대로 영업중단 불가피
업계 "온통 안되는 것뿐" 한숨
특히 이번 플랫폼 규제안은 사실상 카카오페이를 겨냥한 정책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펀드와 보험 추천 서비스 등이 모두 카카오페이의 주력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업들은 정부 규제로 당장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당황해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토스와 핀테크산업협회는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와의 긴급간담회에서 "24일로 예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 계도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24일이 지나면 미등록 중개 행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제재를 받는다.
핀테크 기업 요청에 금융당국은 "유예 기간 연장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당국은 이미 올해 초부터 수차례 간담회를 통해 핀테크 기업들에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혁신 정책으로 핀테크를 키워오던 당국이 이번에 입장을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입장도 이 같은 바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일부 핀테크 기업은 "금융당국 규제안에는 안되는 것만 적혀 있고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이 안 나와 있다"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카드 추천 서비스의 경우 토스, 뱅크샐러드 등 상당수 핀테크 기업들이 하고 있다. 현재 이들 업체는 고객의 소득과 지출 이력 등을 분석해서 맞춤형 카드를 추천해주는데, 당국은 이를 '중개'로 보고 여신금융법상 모집인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서비스 형태는 업체별로 별도로 문의하라"고 답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은 여러 금융 상품 판매 채널 중 하나"라며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 규제와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적용받기보다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법 소지가 있음에도 자체 시정 노력이 없는 경우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핀테크 기업들은 우선 24일까지 현재 서비스의 수정 방안을 금융당국과 논의할 방침이다. 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최대한 정부 기조에 맞춰 서비스 형태를 바꿔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절박한 곳은 카카오페이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과 손잡고 소액 투자를 하는 '동전모으기'와 '알모으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해석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투자 상품 중개'에 해당돼 전자금융업자인 카카오페이가 할 수 없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대행은 개인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는 펀드의 경우 금융당국이 이를 전자금융업자에 열어주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험 서비스 규제도 카카오페이에 직격탄이다. 그동안 카카오페이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과 손잡고 '내 보험 관리' 서비스를 해왔다. 금융당국은 이 서비스 역시 '중개'에 해당되므로 등록 대상이라고 봤다. 카카오페이는 이 제휴로 상당한 수수료 수입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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