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의 KT, 글로벌 데이터기업 품었다

나현준 2021. 9.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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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실론 1700억원에 인수키로
구대표 취임 후 첫 메가딜 성사
말레이시아 재벌 자회사 기업
유럽·미국 등 통신인프라 강점
KT "해외진출 국내기업 타깃"
구현모 KT 대표(왼쪽)와 이안 쿠옥 쿠옥그룹 회장(가운데), 앤드루 조너선 스톤 스톤패밀리 매니징파트너가 엡실론 SPA를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T]
올해 상반기 KT 내부에선 사내 글로벌사업본부가 작성한 해외 업체 인수·합병(M&A) 후보군을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기존 해외 진출은 무선통신(러시아)이나 인터넷(우즈베키스탄) 같은 전통적인 통신 분야가 주를 이뤘는데, 지난해 구현모 KT 대표가 취임한 후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디지코)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클라우드를 비롯한 신산업과 관련한 해외 M&A 성과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2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금융·핀테크, 미디어·콘텐츠 등 디지코에 필요한 사업은 M&A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치열한 논의 끝에 KT 글로벌사업본부는 '징검다리' 전략을 취했다. 전통적인 통신 영역이면서도 클라우드를 접목한 신사업이 엮이는 지점을 생각했다. 그 지점에서 눈에 띈 기업이 있었다. 바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데이터 전문기업인 엡실론(Epsilon)이다.

KT는 말레이시아 재벌인 쿠옥그룹의 자회사 엡실론 지분 100%를 1억4500만달러(약 1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 8일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1700억원은 KT 해외 인수건 중 가장 큰 금액이다.

글로벌 데이터 사업이란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나 정부가 국내 본사와 동일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사내망(인트라넷)에 접속하거나 전사적자원관리(ERP), 영상회의 등 사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통신 인프라스트럭처(PoP(망을 분배해주는 시설), 해저케이블, 가상사설망(VPN) 등)에 더해 사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그리고 기관의 서비스 수요에 따라 신축적으로 데이터 양을 조정할 수 있는 클라우드가 모두 필요하다. 기존 통신 사업에 새로운 사업(데이터센터, 클라우드)을 결합한 형태다.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72조원에서 2025년 10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에 KT가 인수한 엡실론은 인원이 197명으로 작은 규모의 기업이다. 하지만 세계 20개 국가 41개 도시에 PoP를 260개 이상(KT의 5배) 보유하고 있으며 런던·뉴욕·싱가포르에 3개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주요 고객은 T모바일, 보다콤, 텔레그램, 샹그릴라호텔&리조트 등이다.

이번 M&A 딜을 주도한 문성욱 KT 글로벌사업본부장(상무)은 이날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T는 주로 국내와 아시아 위주로 통신 인프라가 있고, 엡실론은 유럽이나 미국에 인프라가 있어 둘이 합치면 시너지가 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국내 기관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해당 국가 통신망을 써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 해외 통신 업체에 이야기해야 해서 즉각적인 대응이 힘들었는데, KT가 엡실론과 합작해 다룰 수 있는 범위(커버리지)가 확대되면 지금보다 적은 비용으로 별다른 장애 없는 네트워크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가 어떤 나라에 진출할 때 앞으로 KT 서비스를 이용하면 해외에서도 콜센터, 한국어 대응, 장비에 대한 품질관리를 한국 본사에서 하던 것과 준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강소기업 엡실론의 독보적 사업 모델인 인피니(Infiny)가 강점이다. 고객은 클라우드 기반 인피니를 통해 온라인으로 언제 어디서든 엡실론의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고, 단시간 내 자동으로 개통 처리도 완료된다. 또한 서비스 현황과 요금 내역을 인피니를 통해 실시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엡실론은 인피니와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 글로벌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리더십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엡실론이 가지고 있는 수준의 PoP를 구축하고 세계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해선 15년 이상의 시간과 최소 8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이번에 KT가 유관기업 인수인 '볼트온(Bolt-on) 전략'을 사용해 전격적으로 엡실론을 인수한 이유다.

문 본부장은 "이번 엡실론 인수는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거점을 확보하는 차원"이라며 "엡실론은 인프라가 100을 구축했다면 운용 노하우가 부족해 20~30%밖에 못 쓰는 상황이다. KT의 운용 노하우를 접목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추후 기업공개(IPO)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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