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유기견 보호소와 인간의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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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설 동물 보호소인 '달봉이네'에 봉사 활동 겸 취재를 다녀왔다.
안타까운 마음에 개들을 거둔 한 사람 덕분에 보호소가 세워졌고 동물권행동 카라가 도운 덕분에 지금까지 110여 마리가 반려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과연 개인과 동물 보호 단체에서 떠맡을 일일까.
지난해 전국 지자체 유기 동물 보호소에 새로 맡겨진 동물은 12만 8,719마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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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설 동물 보호소인 ‘달봉이네’에 봉사 활동 겸 취재를 다녀왔다. 지난 2009년 전후 은평뉴타운이 재개발되면서 기존 주민들이 버리고 간 개들이 모인 곳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개들을 거둔 한 사람 덕분에 보호소가 세워졌고 동물권행동 카라가 도운 덕분에 지금까지 110여 마리가 반려인을 만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유기견에 대한 인식이 나빠 해외 입양이 많다고 했다.
사설 보호소는 말 그대로 정부 지원 없이 개인이 운영한다. 설립자가 부자가 아닌 이상, 후원이 쇄도하지 않는 이상 넉넉하기 어렵다.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고 힘겹게 운영하다 인근 거주자들의 민원 때문에 쫓겨나기도 한다. 실제로 달봉이네도 비슷한 위기를 거쳐 서울 은평구에서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를 잡았다.
달봉이네는 그동안 카라가 꾸준히 지원하고 입양을 보냈음에도 90여 마리가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고 있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몇몇 연예인들이 봉사 활동을 다녀가거나 기부를 했고 선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과 몇몇 기업들의 기부도 이어졌지만 역부족이었다. 모든 개가 반려인을 찾아가고 달봉이네도 자연스럽게 문을 닫는다면 좋겠지만 그날은 아직 멀어 보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과연 개인과 동물 보호 단체에서 떠맡을 일일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유기 동물 보호소에 새로 맡겨진 동물은 12만 8,719마리에 달했다. 문제는 전국 보호소 숫자는 280곳, 그나마 지자체 직영은 14%밖에 안 된다. 보호할 수 있는 동물의 수가 제한적이라 얼른 반려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되고 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올해 동물 보호·복지 예산도 약 52억 원뿐이다. 그렇지만 예산과 인력을 늘리기는 조심스럽다.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데 동물부터 챙긴다”는 비난이 칭찬보다 더 크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에는 이런 비난이 얼추 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를 앞둔 현재 사람과 동물의 생존은 더 이상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인권과 동물권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관계다. 동물을 아끼는 데 익숙한 사회는 사람도 아끼기 마련이다. 동물권과 소수자 인권은 연결될 수밖에 없으며 최종적으로는 모든 이의 권리 향상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인간은 혼자서만 품위를 유지할 수 없다. 다른 사람, 다른 생명의 고통을 외면하는 행위 자체가 품위를 깎아내리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경제 발전에 매진한 끝에 이제 살 만해진, 드디어 인간답게 품위를 지킬 물질적 조건이 갖춰진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에 걸맞은 정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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