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디움-아름다운 생명을 위한 이 가을의 정성

2021. 9.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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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인생을 길게 보는 연습의 일환이기도 하다. 농사와 똑같다. 내년에 활짝 핀 꽃과 잎을 보기 위해, 씨를 받아 친구들과 나누기 위해, 알뿌리를 잘 키워 공유하기 위해, 적어도 일년 이상을 상상하며 심고 가꾸는 것이다. 이번엔 칼라디움이다.

칼라디움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다. 일단 엽맥이 독특하다. 보통 식물들의 엽맥은 네트워크처럼 일정하고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다. 칼라디움은 그러나 굵직하고 자유롭게 펼쳐져 있다. 거기에 고운 분홍, 초록, 하양 등 색깔까지 가염되어 있어서 신비로운 느낌마저 준다. 칼라디움은 종류가 약 15가지 이상이 되는데, 종에 따라 잎사귀의 색깔이 다른 것도 특징이다. 어떤 것은 부드러운 녹색을 띄고 있지만, 엽맥의 색이 강한 종의 경우 잎사귀 전체가 붉은색으로 덮여있기도 하다(스칼렛 플레임). 때로는 초록과 빨강이 대비되기도 하고(레드베레), 하얀색 잎사귀에 초록색 엽맥이 춤추듯 일렁이는 종도 있다(화이트크리스마스). 연두빛 잎에 붉은 물감을 흩뿌린 듯한(미스머펫) 칼라디움은 황홀할 지경이다. 칼라디움은 혼자 있을 때가 제일 예쁘다. 군락을 이루도록 심을 경우 그 영롱한 빛이 반감하는 경우가 많고 시선에 따라 조금 징그럽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칼라디움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은 단 한 그루를 품격 있는 화분에 심어 고고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물론 색깔별로 모아 화려한 실내 공간으로 꾸미기도 한다. 칼라디움을 알뿌리부터 키울 경우 여름철에 시작하는 게 유리하지만, 가을철에, 잘 자라 안정화된 상태의 것을 구입하는 것도 좋다. 가을철에 칼라디움을 들이는 더 큰 이유는 내년 여름 때문이다.

지금 칼라디움을 집안에 들여놓으면 서너 달 그 신비로운 모습과 함께 지낼 수 있다. 겨울에 접어들 무렵 칼라디움은 잎이 시들고 초라한 몰골이 된다. 그러면 바람을 맞지 않는 곳으로 옮겨 영상 15℃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며 푹 쉬게 한다. 물도 줄 필요가 없다. 이때 실내 온도는 낮아도 7℃ 이상이 되어야 한다. 더 내려갈 경우 칼라디움 생명의 근원인 알뿌리(구근)가 힘을 잃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뿌리는 칼라디움의 생명의 보고이다. 땅 아래쪽을 향해 수직으로 뻗어나가는 알뿌리는 칼라디움의 영양분을 모아 자신도 살고 생명의 번식을 위한 창고로 사용된다. 비슷한 식물로 양파, 난초, 샤프란, 튤립 등이 있다. 남미 아마존 유역이 고향인 칼라디움은 여러해살이 관엽식물이라 잘 관리하면 몇 년이든 같이 살 수 있다. 한때 집안 한 쪽을 장식하다 사라지는 짧은 생명이 아닌, 내년을 기약하고 또 새로운 시간을 함께 하는 식물이야말로 고독한 현대인의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겨울을 잘 지낸 칼라디움은 밤 온도가 18℃ 이상을 유지하는 시점이 되면 부활이 시작된다. 기온을 체크해서 적당하다 싶을 때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겨주고, 물도 주기 시작한다. 밤 온도가 18℃를 유지하는 시기를 보통은 5월쯤으로 보고 있지만, 온난화 영향으로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이 시기 실내 온도는 2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숙제 한 마디. 칼라디움은 함께 하는 사람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잎의 무늬가 결정된다. 실내 온도 맞춰주기, 햇볕과 바람의 길에 앉히기 등 꽃가게 주인이 주는 팁 등을 제대로 숙지하고 실천하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자연의 걸작을 만날 수도 있다. 과연 올해엔 어떤 무늬의 잎이 피어 오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행복이다.

[글 이영근 사진 언스플래시, 위키미디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96호 (21.09.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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