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추석 나기- 먹는 게 남는 게 아니개!

2021. 9. 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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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바꿔 놓은 삶의 풍경은 명절도 예외가 아니다. 장거리 이동도 간만의 만남도 ‘자제’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아쉽기도 편하기도 한 게 솔직한 심정인데, 반려동물에게는 희소식이 아닐까. 멀미 나는 차 타기도 없고, 혼자 남겨지거나 어딘가 맡겨지는 신세도 면하고, 무엇보다 특식을 득템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니까! 그런데 특식, 이게 문제다.

명절은 별 수 없이 먹는 양이 부쩍 는다. 작년부터는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과식을 피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아, 내 이야기다. 그런데 동거견 수리도 다르지 않다. 수시로 먹을 것을 내 입에 넣다 보면 수리 눈치가 보이고, ‘나 하나, 너 하나’까지는 아니어도 ‘나 두셋’쯤 되면 미안해서 ‘너 하나’가 되고, ‘이러면 안 되지만 명절이니까’ 하며 ‘나쁜 손’이 등장한다. 연휴가 끝날 즈음이면 볼록해진 수리 배를 보며 자책하거나 수리를 탓하는 짓을 수년 째 반복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리는 지난 달 건강 검진에서 심잡음이 들린다는 진단을 받았고, 심장 영양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단백질 함량이 높거나 염분이 든 음식을 자제하라는 권고도 들었다. 올해 추석에는 정말이지 나쁜 손을 손절하겠다고 각오한 참이다.

일단 댕댕이가 먹으면 안 되는 추석 음식 리스트를 살펴보자. 먼저 LA갈비다. 불에 익힌 뼈는 잘 부서지고 부서진 단면이 매우 날카로워 반려동물이 삼켰을 때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LA갈비는 뼈가 작고 날카로우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고기의 뼈는 소화가 되지 않은 채로 장에 오래 머물면 장폐색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 다음으로는 송편이다. 크게 자극적이거나 위험하지 않은 음식 같지만 송편을 만들 때는 제법 많은 양의 탄수화물과 염분이 들어간다. 송편 소에 따라 당분 함량도 지나치게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분 문제 외에 더 걱정스러운 건 떡을 삼키다 목구멍에 들어붙으면 호흡 곤란이나 질식할 위험이 높다는 점. 그러니 송편이나 떡국떡도 급여를 삼가야 한다. 명절의 대표 음식인 전과 산적도 예외가 아니다. 기름에 지지고 튀겨서 맛 없는 게 없다는 건 세상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전과 산적은 지방과 열량이 아주 높은 음식이다. 당연히 비만의 지름길이며, 기름진 음식은 위장 장애나 급성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어 사람도 종종 탈이 난다. 당연히 반려동물에게는 더 위험하다. 생선은 가시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가시가 목에 걸려 상처가 나거나 위나 다른 장기에 구멍을 낼 수 있어서다. 한편 양파와 마늘이 들어간 음식은 ‘절대 금물’이다. 마늘과 양파에 있는 설파이드라는 성분은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으로 해롭다. 이는 적혈구를 파괴시켜 용혈성 빈혈이나 혈퇴 증상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까지 반려동물에게 해로운 몇몇 추석 음식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 대부분의 명절 음식은 반려동물이 먹어서 좋을 게 없다. 거의가 소금간이 되어 기본적으로 신장과 심장에 좋지 않다. 과도한 염분을 섭취하면 설사, 구토와 함께 심할 경우 발작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일은 어떨까. 수박, 사과, 바나나는 반려동물이 먹어도 좋은 과일이지만 당분이 높으니 소량만 급여하기를 권한다. 사과와 복숭아, 감 등은 씨와 가운데 심을 제거하고 과육만 급여한다. 큰 씨는 위장에서 소화가 안 될 뿐만 아니라 삼킬 때도 목구멍에 걸릴 수 있다. 한편 반려동물에게 ‘절대 금물’인 과일이 있다. 바로 포도다. 신장을 손상시켜 신부전을 일으키기 때문인데 한 알만으로도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으니 절대 먹이면 안 된다.

안 되는 게 천지다.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사람 먹는 음식은 그 기준이 사람이라 성분이나 용량에서 반려동물에게 적당할 리가 없는 것. 이렇게 다짐하고 조심해도 혹시 모르니, 추석 연휴에 진료를 하는 근처 동물병원을 미리 숙지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96호 (21.09.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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