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세포 보호하고, 재생효과 탁월한 한약재는 무엇?

십장생 중 하나인 사슴의 뿔 '녹용', 뛰어난 '재생능력' 확인
녹용추출물 처리한 신경세포 생존율↑..신경보호효과 탁월
신경세포 축삭돌기의 성장원추 재형성..신경기능 회복 촉진
녹용추출물, 항산화물질 분비 촉진..염증성물질 발현 억제

녹용. 게티이미지뱅크

 
‘녹용’(鹿茸)은 사슴의 뿔을 잘라낸 것으로 한약재의 일종이다. 녹용이 들어간 약은 황록색을 띠며, 은은한 단맛이 나고 동물 약재 특유의 비린내가 살짝 난다. 하지만 모든 사슴의 뿔이 다 녹용은 아니다. 그래서 녹용은 구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한약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녹용이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재생하는 효과가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사슴뿔은 다른 동물의 뿔과 다르게 잘라도 새롭게 돋아나는 특성 때문에 녹용이 예부터 재생력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때문에 사슴은 장수와 불로불사를 의미하는 10가지 물상인 ‘십장생’(十長生)에 포함되기도 했다.

자생바이오R&D센터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제1저자 홍진영 선임연구원·이준선 연구원)는 공동 연구를 통해 녹용의 신경세포 보호 및 재생 기전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완전히 성숙한 신경세포를 대상으로 녹용의 신경 보호·재생, 항산화 효과를 확인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녹용은 기억력 증진, 뇌기능 향상, 성장 발육 촉진, 원기 회복 등에 널리 활용돼 왔다. 

연구팀은 배아된 지 17일차 쥐의 대뇌피질로부터 뉴런(신경세포)을 채취한 후 과산화수소(H2O2)를 이용해 신경세포 사멸을 유도한 뒤 녹용(CES) 추출물을 처리했다. 

그 결과, 녹용 추출물을 처리한 신경세포의 생존율이 크게 증가해 신경보호 효과가 탁월함을 확인했다. 신경세포의 신경정보 전달 통로인 축삭돌기 회복도 빠르게 촉진됐다.

녹용 추출물은 항산화 물질인 ‘Nrf2’의 분비를 촉진하고 염증성 물질 ‘iNOS’의 발현을 억제시켰다. 특히 신경 재생을 유도하는 단백질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와 ‘신경성장인자’(NGF)의 생성을 증가시켜 녹용의 신경 보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인자가 늘어나면 손상된 신경세포의 기능은 물론 신경세포 간 연결고리인 시냅스 형성도 증가한다.

또한 녹용은 신경세포의 재생과 기능적 회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과산화수소가 처리된 대뇌피질 신경세포에서 축삭돌기 재생의 방해 요인으로 알려진 수축전구를 관찰했다. 녹용은 이 수축전구의 형성을 억제하고 축삭돌기의 생장점 역할을 하는 성장원추의 재형성을 통해 신경 기능 회복을 촉진했다.

김점용 자생바이오 연구소장은 “녹용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녹용의 효과와 우수성을 계속 밝히겠다”며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문 한방식품을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