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징검다리부터 한강 철교까지..'그냥 만든 다리'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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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최초로 만든 다리는 몸이 젖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놓은 자그마한 징검다리였을 것이다.
기술과 문명이 발달하면서 원시적인 징검다리는 널다리와 돌다리 등으로 진화했고, 더 멀리 떨어진 곳을 이을 수 있게 되자 사람과 물건, 문화가 오가는 핵심 통로로 변모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신안군 추포도 노두길, 경복궁 취향교, 청계천 광통교, 진천 농다리, 정조가 건넜던 한강 배다리 등 한국의 옛 다리 10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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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천 지음
루아크
264쪽│1만8500원
인류가 최초로 만든 다리는 몸이 젖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놓은 자그마한 징검다리였을 것이다. 기술과 문명이 발달하면서 원시적인 징검다리는 널다리와 돌다리 등으로 진화했고, 더 멀리 떨어진 곳을 이을 수 있게 되자 사람과 물건, 문화가 오가는 핵심 통로로 변모했다. 공덕을 쌓기 위해 불교 신자들이 놓는 다리, 왕이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놓는 다리 등 정치·종교적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산업혁명기부터 놓이기 시작한 철근 콘크리트 다리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물자와 인력을 바삐 실어나르고 있다.
건설회사 직원 출신 작가 이영천의 《다시, 오래된 다리를 거닐다》는 교량의 역사를 비롯해 다리와 관련한 각종 공학적·인문학적 지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조선시대의 섶다리부터 한강을 가로지르는 철교까지 전국 곳곳의 다리를 조망한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신안군 추포도 노두길, 경복궁 취향교, 청계천 광통교, 진천 농다리, 정조가 건넜던 한강 배다리 등 한국의 옛 다리 10개를 소개한다. 노두는 나루터나 징검다리를 부르는 전라도 방언인데, 전남 신안군 암태도의 주민이 1990년대 말까지 주로 노두를 통해 다른 섬과 왕래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썰물 때만 드러나는 이 징검다리는 17세기 이전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력만으로 2.5㎞의 징검다리를 놓았던 주민들의 끈기가 돋보인다.
후반부에서는 군산 뜬다리부두, 성수대교, 남해대교 등 근현대에 지어진 교량과 관련한 근현대사를 다룬다. 건설사 근무 이력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교량 구조에 대한 공학적 설명이 흥미롭다.
다만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의 시민기자로 활동 중인 저자의 정치색이 책에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점은 보기에 불편하다.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받은 자금으로 남해대교를 지었다며 ‘뼛속까지 일본 천황의 신하이고자 했던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 이름)’ 운운하는 대목 등은 책의 격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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