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EV SUV 지프 '랭글러 4xe', 미국을 매료시킨 현실적 대안
[OSEN=강희수 기자] 탄소중립을 생각하면 전기차가 답이긴 한데, 미국의 국토 규모를 돌아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 넓은 국토에 촘촘하게 전기 충전 설비를 설치한다는 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의 자동차 수요자들은 와일드한 SUV에 사족을 못 쓴다.
이런 지점에서 100% 정답은 아니지만, 정답에 까까운 대안이 제시됐다. 미국 자동차 애호가들을 단박에 매료시킨 ‘지프 랭글러 4xe(Jeep Wrangler 4xe, 이하 랭글러 4xe)’의 등장이다.
이 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다. 집에서 충전해 길을 나서면 32km까지는 전기의 힘 만으로 달릴 수 있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회생제동으로 에너지를 아끼는 하이브리드 차가 된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게 만든 차다. 순수 전기차도 아닌데 말이다. 미국인들의 자동차에 대한 로망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친환경 테마를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차는 랭글러 특유의 온로드, 오프로드 덕목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높은 연료 효율성을 자랑한다.
지난 8일, ‘지프 랭글러 4xe(Jeep Wrangler 4xe)’가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됐다. 출시 행사도 지프답게 했다. 운 좋게도 금싸라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재건축을 위해 맨땅으로 남아 있는 부지를 찾아냈다. 그 곳에 쌓여있는 흙더미, 바위, 나무, 풀 등의 자연물을 이용해 랭글러 4xe가 언덕을 넘고, 바위 더미를 헤치는 설정을 실감나게 꾸며놓았다. 즉, ‘지프 어반 트레일(Jeep Urban Trail)’ 콘셉트로 꾸며진 행사장에는 미국서 공개된 태양열 충전 스테이션도 설치됐다.
태양열 충전 스테이션에서 생산된 전기로 랭글러 4xe를 충전하는 설정은 지프의 전동화 비전, ‘제로 에미션 프리덤(Zero Emission Freedom)’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랭글러 4xe의 반응은 국내에서도 뜨거웠다. 초도 물량으로 배정된 80대가 사전예약 사이트를 열자마자 순식간에 소진됐다. 지프는 국내 출시행사와 함께 예약자들에게 차를 인도하기 시작했다.
랭글러 4xe는 기존 랭글러 오버랜드 모델을 베이스로 측면의 지프 로고 배지 및 트레일 레이티드 배지(오프로드 인증), 테일게이트의 ‘4xe’ 배지에 친환경을 상징하는 파란색을 디자인 요소로 가미했다. 운전석 쪽에는 ‘e’로고가 표시된 충전구와 함께 신규 출시된 하이드로 블루(Hydro Blue) 컬러가 추가됐다.
실내는 4xe 전용 컬러 계기판을 통해 배터리 잔량 및 전기 주행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E-셀렉(E-Selec) 주행 모드 버튼(하이브리드, 일렉트릭, e세이브)이 눈에 들어온다. Uconnect 8.4인치 터치 스크린에는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앱이 추가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가 쉽게 PHEV 차량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브리드(Hybrid) 모드는 랭글러 4xe의 기본 설정 모드다. 2.0L 터보차저 엔진과 전기 모터의 토크가 최적의 조합으로 구실을 주고 받는다. 두 에너지원의 조합으로 출력과 인스턴트 토크, 가속력을 극대화시켜 주지만 전기를 우선 소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렉트릭(Electric) 모드는 랭글러 4xe를 강제적으로 전기차로 바꾼다. 배터리가 1%라도 충전돼 있으면 ELECTRIC MODE로 주행한다. 완충 시 최대 약 32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e세이브(eSave) 모드는 배터리 소모를 줄여 충전량을 높여주는 모드다. 2.0L 엔진을 우선 구동해 배터리를 채운다. 고출력 운행을 요하지 않을 때에는 엔진 대신 전기모터로 구동하며, 배터리 충전을 도모하기 위해 다시 엔진을 우선 구동하기도 한다.
랭글러 4xe는 GDI 2.0 I4 DOHC Turbo PHEV 엔진에 두 개의 전기모터가 장착된다. 엔진에 붙은 모터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처럼 엔진의 시동과 초기 구동을 지원한다. 두 번째 모터는 변속기에 붙어 있다. 지프 특유의 사륜구동 메카니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사륜구동을 지원하는 일반적인 전기차는 전륜에 하나, 후륜에 하나씩 모터가 달려 전기적으로 사륜을 제어한다.
지프다움을 위해 독특한 위치에 배치된 두 개의 모터는 출력과 토크를 강화해 지프 특유의 오프로드 성능을 그대로 계승한다.
삼성 SDI 360V 리튬 이온 배터리는 2열 시트 하단에 자리잡았다. 배터리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손해볼 일이 없다. 국내 완속 충전 표준 커넥터인 AC 단상(5핀)을 지원하며 220V 휴대용 완속 충전 케이블과 전용 가방을 제공한다.
평균 충전 시간은 약 2.47시간이다. 완충 시 순수 전기 주행으로만 최대 32km까지, 총 630km (주유 +배터리 완충 시)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 모드로 구동 시 엔진 소음이 없어 보행자들이 차량에 접근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보행자 경고 시스템(Pedestrian Alert System)을 장착했다.
전기 주행의 장점은 살리고 기존 랭글러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한 지프 ‘랭글러 4xe’는 국내에서는 오버랜드와 오버랜드 파워탑 두가지 트림으로 선보인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각 8,340만 원, 8,690만원이며 색상은 친환경 차량을 상징하는 새로운 컬러인 하이드로 블루, 화이트, 블랙, 3가지다.
스텔란티스 코리아 제이크 아우만 사장은 "랭글러 4xe는 연료 효율성과 전기 주행의 장점을 모두 담은 친환경적인 모델인 동시에, 랭글러 고유의 오프로드 성능은 그대로 발휘하는 가장 진화된 랭글러”라고 소개하며 “랭글러 4xe를 시작으로 매년 최소 1개 모델 이상의 친환경 모델을 한국 시장에 선보여 지프 라인업 내에서도 친환경 차량 비중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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