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장관 "분양가 규제, 주택공급 걸림돌 안되게 개선 필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분양가 규제 개선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한 분양가 규제의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주택 공급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정부 고위 관계자가 분양가 규제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등 분양가 규제 때문에 분양 일정이 밀리고 있는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공급을 앞당길 만한 후속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형욱 장관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제2차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민간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짚어보고, 개선이 필요한 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대표적인 개선 대상으로 분양가 규제를 꼽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택협회, 주택건설협회, 부동산개발협회 등 주택 관련 협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기업, 민간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노 장관은 “고분양가 심사제, 분양가 상한제, 주택사업 인허가 체계 등에 대한 민간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짚어보고, 개선이 필요한 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과도한 분양가 책정으로 인한 시장불안 차단, 쾌적한 주거환경 관리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지켜져야 하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현장 여건에 비추어 안정적이고 신속한 주택 공급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합리적 개선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장관이 언급한 고분양가 심사제와 분양가 상한제는 최근 서울 등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비싼 지역에서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대못 규제’로 꼽힌다. 주변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분양가를 규제하는 탓에 건설사나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분양을 미루고 있고, 그 여파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기존 주택의 가격이 급등하는 악순환이 고착화된 상황이다.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분양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지금껏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분양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분양가 규제로 공급 일정이 꼬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다. 둔촌주공은 작년 초부터 분양을 준비했지만 HUG와의 분양가 협상에 실패하면서 아직까지 분양 일정을 못 정하고 있다. 재건축 후 둔촌주공의 단지 규모는 1만2000가구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2만가구)의 60%에 달한다. 둔촌주공의 입주가 시작되면 주택 수급 불균형은 물론, 전세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노 장관은 또 “도시형 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과 관련한 입지, 건축규제 완화는 전향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가 귀해지면서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자가 늘어난 만큼, 이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은 아파트인 만큼, 이는 근본적인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빌라나 오피스텔 매수가 늘어난 것은 아파트가 너무 비싸고 귀해서이지, 빌라나 오피스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아니다”며 “아파트 공급이 정상화되면 빌라나 오피스텔 수요는 급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 장관은 11월부터 시작되는 공공택지 민간 아파트 사전 청약에 대한 공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당부했다. 그는 “사전 청약 참여업체에게 제공될 인센티브에 대한 의견 수렴을 밀도 있게 추진하고, 예정 단지에 대한 추정 분양가 등 구체적 정보를 조속히 마련해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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