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분양 막은 '분상제' 고친다.."주택공급 확실한 신호"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억누르기'만 했던 아파트 분양가격 심사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시사했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격을 결정하는 분양가 상한제(분상제)와 그외 지방 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하는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선해 주택공급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7월 말 민간택지로 확대된 분상제가 '가격통제' 유인으로만 작동해 도리어 공급을 저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처음으로 인정한 셈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9일오후 2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토지보증공사(HUG),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관련협회 및 업계 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고분양가 심사제, 분양가 상한제, 주택사업 인허가 체계 등에 대한 민간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짚어보고 개선이 필요한 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노 장관은 "보증기관의 리스크 관리, 과도한 분양가 책정으로 인한 시장불안 차단, 쾌적한 주거환경 관리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지켜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복잡하고 다양한 주택공급의 현장여건에 비춰 안정적이고 신속한 주택공급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합리적 개선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노 장관이 언급한 분상제와 고분양가 심사제는 정부가 사실상 전국 아파트 분양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2가지 주요 수단이다.
분상제는 공공분양 아파트와 함께 서울과 일부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격을 시세의 70~80% 이내로 묶는 제도로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 등 3가지 항목으로 책정한다. 기초지자체의 분양가격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해 지자체장이 확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HUG가 지정한 고분양가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을 할 때 HUG의 보증을 받기 위해 사업자가 수용해야 하는 분양가격이다. 국토부는 연초 한 차례 고분양가 제도를 개선했으나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었다.
분상제는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가격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억누르기만 하면서 도리어 민간 사업자의 주택 공급을 미루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머니투데이가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을 통해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관리처분인가 단계 아파트가 총 55단지, 7만2687가구에 달했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격만 책정되면 곧바로 분양이 가능하지만 분상제로 인한 가격 통제로 발목이 잡힌 단지가 상당수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총 분양물량이 1만2032가구에 달한다. 분상제가 도입되기 전 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하의 평당(3.3㎡) 3000만원 이하 분양가격을 두고 조합원들이 '수용불가'로 돌아서면서 분양이 미뤄졌다. 지난해 7월말 이후에는 민간택지 분상제 도입에 따라 분상제 적용을 받다보니 또 분양이 차일피일 미뤄져 현재는 아예 '후분양'을 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분양가격 심사제도를 개선하면 당장은 1만가구가 넘는 둔촌주공의 연내 분양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 장관은 "객관적인 추정 분양가 산정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공공택지 공급일정을 조속히 구체화하면서 택지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건설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사전청약 참여업체에게 제공될 택지공급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밀도있는 의견수렴을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의 적극 참여를위해 분상제를 비롯해 추가 인센티브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노 장관은 단순히 '립 서비스' 차원에서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구체 언급했다. 그는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과 관련한 입지, 건축규제 완화는 전향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며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고분양가 심사 제도는 업계에서 계속 시세 비교 대상인 주변 단지 준공 연한을 20년에서 줄여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장관도 많은 업체가 얘기 하는거보면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며 "다만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분상제에 대해선 "분양가 산정규칙에서 정한대로 심사해야 하는데 재량적으로 법적 근거 없이 가산비 항목 인정 안한다던지 비용 인정 10~20%만 인정한다던지 하는 사례가 있다는 건의가 나왔다"며 "정부도 재량적인 부분을 줄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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