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는 순간..퍼지는 해피바이러스

전지현 2021. 9. 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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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화랑 이사라 개인전
유년시절 인형 추억 화폭에 담아
삼성전자·코리아나·롯데와 협업
전시마다 '완판' 행진 이어가
`wonderland-난 우주를 보았어!`. [사진 제공 = 노화랑]
그림에서 행복이 넘쳐흐른다. 순정만화 주인공과 곰인형 같은 캐릭터들이 큰 눈을 반짝거리면서 활짝 웃고 있다. 외동딸로 외롭게 자란 이사라 작가(42)는 유년시절 갖고 놀던 인형들에 대한 향수를 그린다. 그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인형을 조합하고 변화시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며 "어릴 때 부모님이 사주신 인형들에 의지하면서 살다 보니 그와 관련된 세계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화사하게 웃는 그림 속 캐릭터처럼 그도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관람객들에게 행복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작가는 "몸 아픈 분들이 '그림을 보니 병이 낫는 것 같다'고 칭찬할 때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 화가로서 내 역할을 많이 생각하게 됐고, 앞으로도 밝은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노화랑 개인전에 회화 '원더랜드(Wonderland)' 연작, 곰인형 조각 '럭키 베어(Lucky Bear)' 시리즈 등 29점을 펼쳤다. 2019년부터 시작한 '원더랜드' 연작에 '이루어질꺼야' '난 희망을 보았어' '행복마법 한스푼' '행복 비에 젖은 촉촉한 곰들' '괜찮아 갈색곰' 등 부제를 이번에 처음 붙였다. 작가는 "그림마다 스토리를 담고 싶었다. 요즘 시기도 그렇고, 여러 가지 행복을 표현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림 일부에서 흘러내리는 물감은 넘쳐흐르는 행복을 보여준다. 작품 특징과 잘 어울리는 색을 골라 '마법'처럼 흘러내리게 표현한다.

그릴 때 가장 오래 걸리는 부분은 인형의 눈(目)이다. 작가는 "사람 눈이 마음을 담고 있으며 눈으로 이야기한다고 믿는다"면서 "행복해져라는 마법을 걸기 위해 별 등 각종 도상을 그린다"고 설명한다. 반짝거리는 눈을 표현하기 위해 예리한 바늘 같은 칼로 세심하게 긁어낸다. 캔버스에 강도 높은 석고판을 만들고 100여 회 사포질을 한 다음에 물감을 바르고 긁어내면 하얀 선이 드러난다. 작가는 "가는 붓으로는 불가능해 섬세한 칼로 손에 마비가 올 정도로 작업한다"고 말했다.

어렵게 완성한 그림의 해피 바이러스가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홍익대 미술학 박사를 취득한 후 첫 개인전부터 '완판' 기록을 이어온 그는 코리아나화장품, 롯데 가나아트초컬릿, 삼성전자 홈스타일과 협업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팝아트적인 그의 작품은 부친이자 극사실화가 이석주 숙명여대 명예교수와 남편이자 화가 김성호의 작품 세계와 결이 다르다. 작가는 "인형을 사실적으로 그릴 때는 아버지 그림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어릴 때부터 아버지 그늘에 있었지만 2016년부터 경기도 장흥 가나아틀리에에 입주하면서 스트레스를 넘기로 했다. 아버지와 그림 이야기는 안 한다"고 말했다. 평론가 임창섭은 "이사라가 창조해낸 이미지와 색의 조합은 디지털 사회에서 최적화된 것이며, 그의 작품은 디지털 시대 뉴-이미지(New Image)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한다. 전시는 18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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