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만능주의 탈피..금융권 '기울어진 운동장' 평평해질까

이태규 기자 2021. 9. 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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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동일기능·동일규제"..플랫폼 특혜 없앤다]
금융당국, 금소법 원칙 재확인에
빅테크와 규제 역차별 해소 기대
전금법·대환플랫폼도 완전 재검토
금소법 계도기간 연장 불가 방침속
펀드·보험 중개업자 등록제도 미비
일각선 "방식 너무 거칠다" 우려도
고승범(왼쪽) 금융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그동안 전통 금융사들은 당국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에 특혜를 너무 밀어주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자신들은 거미줄 같은 규제를 받지만 빅테크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의무는 피하면서 기존 금융권과 사실상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경제가 지난달 10~18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38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당국이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에 공정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65.8%에 달했다. 새 금융 수장에게 바라는 것을 묻는 질문(최대 2개 복수 응답 가능)에도 빅테크와의 규제 형평성이 68.4%로 가장 많았다.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되나=하지만 지난 7일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소비자보호법 지침이 나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다소 평평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국은 플랫폼의 금융 상품 정보 제공, 비교·추천, 맞춤형 금융 정보 제공 등이 ‘중개’에 해당하므로 플랫폼은 중개업 등록을 하거나 확실하게 소비자가 상품 제조 금융사와 계약을 맺는다고 인지할 수 있게 하라고 권고했다.

금융 당국은 9일에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핀테크산업협회,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 규제와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적용 받기보다는 금융 소비자 보호 및 건전한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금법·대환대출 플랫폼도 재검토 예고=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전금법 이슈도 있고 대환대출 플랫폼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향후 이 두 사안도 전통 금융 산업과 빅·핀테크 간 같은 업무라면 같은 규제를 가하는 쪽으로 노선이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전금법 개정안의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와 같은 업체가 ‘종합지급결제업’ 면허를 받으면 기존 은행 등 금융사만 할 수 있던 계좌 발급까지 할 수 있다. 가령 ‘네이버 통장’을 만들어 월급 통장으로 쓰고 카드 대금이나 보험료 등이 빠져나가게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전통 금융사는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자신들은 예금을 받을 수 있는 대신 온갖 규제를 받는데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빅테크 업체들은 그런 규제에 적용도 받지 않고 사실상 예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노조와 일부 정의당 의원도 전금법 개정안이 빅테크 특혜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올 6월 기자회견에서 “전금법 개정안대로라면 기존 은행과 카드사가 하는 동일한 업무를 빅테크가 할 수 있지만 기존에 금융기관이 받던 규제는 하나도 받지 않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을 두고도 기존 은행권은 “대환대출을 간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추진을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카카오페이 등의 업체 플랫폼을 경유하느냐”며 “자칫 제판분리(금융사는 상품 제조만 하고 판매는 플랫폼이 독점)의 서막이 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고 위원장이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등록 막아놓고 개선하라니···펀드·보험 비교 서비스 중단될 듯= 온라인 금융 플랫폼 금소법 적용 관련, 적용 방식이 너무 거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당국은 금소법 계도 기간 종료 일시(24일)을 연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빅·핀테크 업체가 당국이 ‘중개’라고 지목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려면 중개업자로 등록을 하거나 일반 소비자가 플랫폼이 아닌 판매업자를 계약 상대방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대출, 투자(펀드), 보험, 예금성 상품 중 대출은 핀테크 업체가 등록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상당수 업체가 등록 신청을 한 상태다.

그러나 펀드는 자본시장법상 개인만 허용이 돼 핀테크 업체는 등록이 불가하며 보험도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대리점 등록을 허용할 계획이지만 아직 실행 전이다. 당국은 “추가 검토를 거쳐 정책 방향이나 조치 계획을 알릴 계획”이라고 했지만 당장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제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법을 지키라고 하는 셈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앱에서 펀드·보험 추천 서비스는 축소 내지 중단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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