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전적지를 평화공원으로..10여년 표류 제주평화대공원 사업 '청신호'

박미라 기자 2021. 9. 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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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년 넘게 표류 중인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제주 대정읍에 조성한 비행기 격납고. 박미라 기자


제주도는 오는 10월까지 국방부와 제주평화대공원 사업 부지인 알뜨르비행장 무상사용에 따른 세부사항을 협의할 실무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제주도의회는 국회에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방부 관계자 등과 자리를 갖고 이 같은 논의를 진행했다.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하모리 일대 184만9000여㎡ 부지에 749억원을 투입해 일제강점기 조성된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진지동굴 등의 전적시설을 정비하고 전시관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은 제주를 본토 사수를 위한 마지막 보루로 삼았고, 미군의 유력한 상륙지점인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 집중적으로 군사시설을 구축했다.

제주도는 당시 조성돼 현재까지 남아있는 일제 전적시설과 주변 4·3 유적지 등 비극적인 역사현장을 평화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평화대공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2008년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기본계획 용역을 완료했다. 하지만 평화대공원 사업은 사업부지의 91%(168만㎡)를 소유하고 있는 국방부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무상양여를 요구하는 반면 국방부는 국유재산인 만큼 대체부지 없이는 양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09년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지역발전을 위해 제주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본협약 등을 바탕으로 해당 부지의 무상양여를 요구해왔다. 제주도는 또 일제 강점기 알뜨르비행장 부지는 일본군이 주민의 땅을 이용해 강제 조성한 것으로, 해방 이후 지역주민에게 환원되지 않고 국방부에 귀속됐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제주도는 올 들어 무상양여가 아닌 무상사용이라도 할 수 있도록 국방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국방부가 알뜨르비행장 부지 무상사용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만큼 실무협의체를 통해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업무협약까지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 10여년 간 진척이 없었던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의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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