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글로벌 백신허브와 文대통령의 의지

김명지 기자 2021. 9. 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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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화두로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꼽힌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임상 3상에 돌입했고, 화이자⋅모더나가 개발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 국산 백신도 내년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산 백신 개발에 성공해도 이를 어디에 쓰겠느냐는 것이다.

이 정도 자금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저개발국 지원에 쓴다면 '백신 허브'의 명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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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화두로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꼽힌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임상 3상에 돌입했고, 화이자⋅모더나가 개발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 국산 백신도 내년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백신 주권(主權)’을 내세우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쪽에선 우려도 있다. 국산 백신 개발에 성공해도 이를 어디에 쓰겠느냐는 것이다. 국내 공급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해외에 백신을 수출하는 것도 ‘백신 후발주자’로서 한계가 분명히 있다. 일찌감치 개발을 마치고 대규모 접종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백신이 있는데, 굳이 한국산 백신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글로벌 백신허브’ 전략도 마찬가지다. 올해 5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생산 지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막상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모더나 백신 위탁 생산도 계약 자체는 원액생산(DS)이 아닌 병입포장(DP)에 그친다. 말로만 ‘백신허브’를 외쳐봤자,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여기에 외교가에선 한국의 백신허브 전략에 국제사회가 반감을 보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선진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이 ‘위탁 생산’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못마땅하게 본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난이도 기술 개발은 선진국이 하고, 부품 생산 등은 개발도상국에 맡긴다. 우리는 백신 생산에는 고도의 바이오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이 볼 때 공동의 이익을 위한 백신 생산은 개발도상국 몫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정부가 국제사회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열린 G20 보건장관회의에서 “글로벌 백신허브로 국제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말을 넘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얼마 전 국제기구로부터 코로나19 의료정보 빅데이터 사업을 낙찰받은 독일이 그 댓가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쾌척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내년에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쓰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약 1조원이다. 이 정도 자금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저개발국 지원에 쓴다면 ‘백신 허브’의 명분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정부가 사서, 국제사회에 무상 지원하면 국산 백신 사용처에 대한 고민도 덜 수 있다.

이런 큰 그림은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직접 공표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당장 오는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올해가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만큼 남북 평화 메시지를 준비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올해 유엔총회 연설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의 글로벌 백신 허브 기여 전략이 주된 내용으로 담겨야 한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얘기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전세계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촉각을 다툰다. 문 대통령의 이번 유엔총회 연설은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를 통해 선진 의료의 기틀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선의로 돕는 것도 상대방이 원해야 가능한 일이다. 최근 남북관계를 보면 북한이 대북 메세지를 달가워할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북한을 도우려면 우리부터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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