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소선 여사 재심에 나온 전태일 열사 동생 "전두환 참회하라"

고(故) 이소선 여사의 아들이자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가 9일 오전 12시쯤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5·18 민주화운동 당시 처벌받은 전태일 열사의 모친 고(故) 이소선 여사 등 민주화 운동가 5명의 재심 첫 재판이 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홍순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 여사의 유족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참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여사는 1970년 11월13일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불리며 41년간 노동운동가,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러다 1980년 12월6일 시국성토 농성에 참여해 연설을 하고 노동3권 보장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계엄포고위반 혐의를 적용받아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엔 2011년 숨을 거둔 재판 당사자 이 여사 대신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참석했다.

재판부는 재판을 마치기 전 유족에 발언권을 줬는데 전씨는 "할 얘기가 너무 많아 무슨 말부터 할지 모르겠다"며 "앞으로의 재판이 모든 사람 마음 속에 희망이 돼서 어머니 명예회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 11월 청계노조가 설립된 후 이 여사의 노동운동 이력과 1980년 5월 체포된 경위를 소상히 설명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참회하고 뉘우치며 국민 앞에 사죄하길 바란다"며 "5·18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날이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전씨 발언을 들은 재판부는 검사 측을 향해 "전태삼씨 진술이 자료로 보관돼야할 것 같다"며 "증거화할 방법을 검사와 변호인이 강구해보라"고 말했다. 검사 측은 재판이 끝난 후 "전씨와 만나 그의 진술을 조서로 작성할 것"이라 밝혔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지난해 11월 13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에서 전 열사의 동상을 쓰다듬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4월 검찰은 이 여사 등의 민주화·노동운동은 헌정질서를 수호하려는 정당한 행위였다며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5·18 민주화 특별법에 따라 재심 사유가 있다"며 이를 수용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5·18 민주화 운동을 전후로 '헌정질서파괴 범죄행위'를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 유죄확정 판결을 선고받았다면 특별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검찰은 유죄가 확정된 이 여사 행위의 시기와 범행동기, 목적, 결과를 따져보면 재심사유에 해당하며 "재심이 열리지 않는 게 정의에 반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계엄포고령 자체가 위헌"이라며 "위헌인 법에 따라 처벌된 것은 범죄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 측에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건 아닌지 법리적인 검토를 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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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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