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권위자 권오경 한양대 석좌교수,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이현경 기자 2021. 9. 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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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권오경 한양대 석좌교수. 권 석좌교수는 2017년부터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에 권오경 한양대 석좌교수(66)가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세계 최초로 모바일과 TV용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한 권 석좌교수를 2021년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권 석좌교수는 평판 디스플레이 장치와 구동기술,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양산화에도 성공하는 등 디스플레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매우 낮은 전류 수준까지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는 AMOLED 화소 회로와 구동 회로를 개발해 모바일용 AMOLED 디스플레이 양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 TV 디스플레이에도 AMOLED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전류 수준 제어뿐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열화까지 보상해 장시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권 석좌교수는 이 같은 독창적인 디스플레이 기술을 국내 반도체 중견기업에 이전해 치열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권 석좌교수가 권위 있는 디스플레이 관련 학술지와 학술대회에 발표한 논문은 총 545편이다. 미국 등록 특허 282건을 포함해 해외 특허는 418건, 국내 특허는 310건이다. 2017년부터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세계공학한림원 평의회 회장도 지냈다. 

그는 “지난 28년간 연구실을 졸업한 학생 160여 명과 연구교수들이 밤낮없이 노력한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한국이 디스플레이 강국이 되는 데 일조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권 석좌교수는 1992년 한양대 공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로 부임하면서 디스플레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액정디스플레이(LCD)가 소형 디스플레이 소자의 선두 주자였고, TV용 대형 디스플레이는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이 대세였다. 1990년대 말 미국 코닥, 일본 세이코엡손, 소니 등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미래 유망 디스플레이로 보고 기술 개발에 먼저 뛰어들었지만, 국내에서는 2001~2002년에야 OLED 소자를 제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OLED 소자의 휘도는 OLED에 흐르는 전류 값에 비례한다. OLED 개발 초기에는 구동 칩에서 원하는 밝기를 나타낼 수 있는 전류를 생성해서 OLED 소자에 넣어주는 수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PMOLED) 방식이 쓰였다. 하지만 빛을 발하는 회로가 많아지면 구동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2000년대 초반 휴대전화에서 1.5인치 이하의 소형 디스플레이에만 일부 적용됐다. 

PMOLED의 단점을 극복한 게 AMOLED다. 하지만 AMOLED도 화소별로 전류를 제어하기가 어려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다. 소니가 2004년 AMOLED를 적용한 개인휴대단말기(PDA)를 출시했지만 휘도가 균일하지 않고 수율이 낮아 6개월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권 석좌교수는 수pA(피코암페어·1pA는 1조 분의 1A)에 이르는 극소량의 낮은 전류를 제어하는 데 성공해 2008년 삼성 모바일 디스플레이에서 양산까지 성공시켰다. 당시 소니 연구원들은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권 석좌교수에게 수pA의 전류를 제어하는 게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해냈다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공학적 요소뿐 아니라 인간의 감각기관인 눈의 색채과학 등 인체 공학적 요소도 고려해야 하는 종합적인 분야다. 권 석좌교수는 “처음 디스플레이 연구를 시작하고 6개월까지는 반도체 분야만 했으면 훨씬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후회도 많이 했다”며 “시각을 공부하면서 인간의 오감 중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83% 이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권 석좌교수는 최근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공간), 가상현실(VR)에서 사용할 디스플레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가상현실 기술에서 사용자의 어지럼증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8K는 돼야 한다”며 “3년 뒤 이 정도 해상도를 갖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한국을 대표하는 업적을 가진 과학기술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2003년 처음 수여된 이후 현재까지 44명의 수상자를 냈다. 시상식은 10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리는 ‘2021년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개회식에서 대통령 상장과 함께 부상 3억 원을 각각 받는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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