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뿐 아니라 다른 미생물도 위 질환 일으킨다

국내 연구팀, 사람 위강 마이크로바이옴 가진 마우스 확보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위강 안에 있는 미생물을 무균 마우스에 이식해 관찰할 수 있는 ‘위강 마이크로바이옴’이 확보됐다. 위 질환이 있는 사람의 위강 내 미생물을 이식받은 무균 마우스에서 위암 전단계에 보이는 전암성 병변이 나타났다. 무균마우스(germ-free mice)는 체내에 미생물을 갖고 있지 않은 마우스를 말한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용찬, 남기택, 김지현 교수(연세대) 연구팀이 경상국립대 권순경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위 질환환자의 위강내 미생물에 의한 마우스에서의 위 질환 유도에 성공했다고 9일 발표했다.

사람과 비슷한 위강 미생물 환경을 보유한 새 동물모델을 구축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여러 미생물 총체)과 인체 위 질환의 상관관계를 밝히는데 귀중한 재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강내 미생물군집 이식에 따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모식도. [사진=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사람의 위 조직 혹은 위액을 토대로 위강내 전체 미생물군집을 무균 마우스에 이식했다. 사람의 위강 마이크로바이옴과 유사한 마우스 모델을 얻는 데 성공했다.

장상피화생(만성위염이 진행, 위 상피조직이 장 점막처럼 변화된 것) 또는 위암이 있는 환자의 위강 내 미생물군집을 이식받은 무균 마우스 위 점막에서 염증과 전암 병소인 장상피화생이 높은 비율로 관찰됐다.

1년 동안 장기추적한 결과 이들 무균마우스에서 높은 비율로 전암성 병변인 이형성(세포가 비정상 상태로 변성돼 위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 진행된 현상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병변 유발에 관여하는 미생물을 추적하고자 사람과 마우스의 미생물군집 정보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인체 미생물군집이 마우스에 선택적으로 정착했다. 이식 받은 무균 마우스의 위 조직에 헤모필루스, 게멜라, 베일로넬라 속(genus) 세균이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했는데 아커만시아와 박테로이즈 속(genus) 세균은 적다는 것을 알아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환자의 위에 높은 비율로 존재했는데 이식받은 무균 마우스의 위 조직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뿐 아니라 위 속 다른 미생물도 위암 등 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용찬 교수는 “분변 샘플을 재료로 하는 대장 마이크로바이옴과 비교했을 때 위강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논문은 상대적으로 적고 대장 마이크로바이옴과 달리 샘플 채취도 어렵다”며 “우리나라의 높은 위암 발병률을 생각할 때 이번에 구축된 마우스 모델이 위 질환 원인 미생물 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 제 1저자인 권순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균 마우스에 환자의 미생물군집을 이식해 미생물에 의한 전암성 병변에 이르는 위 질환을 마우스에서 유도해낸 것”이라며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이외에 위 질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 군집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에 직접적으로 증거를 제시한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논문명: Human gastric microbiota transplantation recapitulates premalignant lesions in germ-free mice)는 소화기 연구 국제학술지 거트(Gut) 8월 13일자(온라인)에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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