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대선 '관권 개입' 감시 장치 절실하다

기자 2021. 9. 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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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과연 공명선거로 치러질지 우려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당부한 지 두 달여 만에 벌어진 공무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서, 레임덕 현상이 본격화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 등의 국가 현안에 전념해야 할 공무원들이 대선과 관련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몰두하고 있다면 국정 공백의 손실과 더불어 공명선거에 대한 기대는 난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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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과연 공명선거로 치러질지 우려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대선 주자가 받아들일 만한 공약을 발굴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데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또, ‘다른 부서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참모진에 지시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당부한 지 두 달여 만에 벌어진 공무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서, 레임덕 현상이 본격화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 등의 국가 현안에 전념해야 할 공무원들이 대선과 관련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몰두하고 있다면 국정 공백의 손실과 더불어 공명선거에 대한 기대는 난망하다. 사실 다른 부처와 지자체들도 자신들의 정책 과제를 대선 캠프에 전달하기 위해 바쁘다는 보도가 빈번하다. 일부 부처에서는 여당 경선에서 대세가 드러난 후보의 공약을 뒷받침할 아이디어를 급구하고 있고, 어떤 부처는 대선 결과에 대한 시나리오를 여야 후보별로 작성해 정책 밑그림을 짠다고 한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줄대기’를 부추기는 사람들은 각 대선 캠프에 포진한 전직 장차관 출신 정치인들과 국회의원 겸직 장관들이라고 한다. 특히, 여당 출신 장관이 유난히 많은 문 정부가 유독 선거 개입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들도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 상당수의 지방정부가 선거 때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 과제를 정당과 후보들이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로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전시는 지난 2일 대전·세종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충청권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구축 등의 과제를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에게 제시했고, 충청북도는 이달 중순쯤 대선 과제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재명 지사가 직접 출마한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에서도 공약 취합 논란이 일어났지만, 당사자들은 부인했다. 자신의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자행되는 행위라도 공직자가 선거에 개입하면 부정선거다.

공무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행위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노골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전개됐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보다 교묘하고 세련된 형태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대선 관련 최대 사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제보자가 국민권익위원회가 아닌 대검찰청에 공익신고서를 제출하고 신속하게 인정받은 건도 많은 의혹을 낳게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일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지나치게 홍보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되기 위해서는 공명선거가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필수 요건이다.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어떤 형태로든 정당이나 후보를 위해 정책을 전달하는 행위는 선거법 위반이다. 이런 관권 개입 행태를 감시하고 처벌할 시스템과 국가적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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