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남양·사조 오너의 저질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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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양유업의 경영권 매각이 무산되는 과정은 한국의 일부 중견기업 수준이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은 대리점 갑질과 과장 광고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오너' 홍원식 회장이 눈물을 흘린 뒤 국민 앞에 약속한 선언이기에 더 충격적이다.
사조산업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것처럼 남양유업 주주들도 매각 무산의 빚을 떠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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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산업부 차장
최근 남양유업의 경영권 매각이 무산되는 과정은 한국의 일부 중견기업 수준이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은 대리점 갑질과 과장 광고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오너’ 홍원식 회장이 눈물을 흘린 뒤 국민 앞에 약속한 선언이기에 더 충격적이다. 잠시 흥분해 계약서에 사인했다가 너무 싸게 판 것이 원통해서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마음을 돌렸다는 해석에 여론의 무게가 실려 있다. 어쨌든 이번 해프닝을 통해 상장기업 남양유업이 ‘홍 회장 1인 소왕국’이었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알게 됐다. 넉 달 전 눈물의 기자회견 당시 남양유업이 망가진 배경이 궁금해 전·현직 직원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기억과 기록을 더듬어보니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한 전직 직원은 “회사가 군대 조직 같다. 회장과 임원들이 직원들을 머슴처럼 대한다”는 말을 했다. 다른 전직 직원은 “회장의 말 한마디에 기업의 모든 의사가 결정되거나 백지화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다들 입을 닫고 홍 회장만 쳐다본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유통업계엔 남양유업 같은 시대착오적 중견기업이 여럿 있다. 그중 한 곳이 소액주주들과 경영권 싸움을 벌이는 사조산업이다. 소액주주들은 사조산업의 주진우 회장이 후계자(주지홍 부사장)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를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을 했다고 주장하며 오는 14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남양유업과 사조산업은 여러 측면에서 닮은꼴이다. 첫째, 양사는 기업을 공개한 상장 기업인데도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 둘째,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파워만 믿고 혁신을 주저해왔다. 셋째, 이런 기업일수록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해 고립을 자초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 번째다.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 기업 문화가 양사 모두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사조산업은 매년 설과 추석에 그룹 임직원에게 참치세트 등 계열사 선물세트를 구입·판매하도록 강제했다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시행착오 끝에 글로벌 기준에 맞게 하나둘 변모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시장에서의 퇴출이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대기업 스스로 잘 안다. 인재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것도 깨닫고 내부 구성원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혀 가고 있다. 문제는 남양유업과 사조산업처럼 기업 규모가 어중간하면서도 정부와 여론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는 일부 중견기업들이다. 주주와 직원들에게 끼치는 후진적 경영 행태의 폐해가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사조산업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것처럼 남양유업 주주들도 매각 무산의 빚을 떠안고 있다. 7월 초 70만 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다시 40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중견기업 오너의 저질 경영은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어 대기업 쏠림 현상을 더 키운다. 정부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균형 발전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대기업을 끌어내리기보다 중견·중소기업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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