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조 사라졌다"..린저씨도 투자자도 떠나는 엔씨, 주가부양 성공할까

고득관 2021. 9. 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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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매일경제DB]
국내 대표적인 게임사인 엔씨소프트가 3년 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신작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앤소울2'의 흥행 부진에 급락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블소2의 흥행 부진에 이어 대표적인 히트작인 '리니지2M’의 하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주가 반등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가 반등의 키는 올 하반기 중 출시될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W'가 쥐고 있다.

블소2의 실패를 통해 엔씨소프트 특유의 과도한 과금 시스템에 대한 유저들의 거부감을 확인한 만큼 리니지W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 상반기에 번 돈, 주식 매입으로 다 쓴다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진 출처 = 매일경제DB]
8일 증권가에 따르면 전날 엔씨소프트는 1899억원 규모의 자사주 30만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취득 기간은 오는 12월 7일까지 석달여간으로, 장내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게 된다.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만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자사주 매입을 위해 상반기에 번 이익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753억원이다. 엔씨소프트의 주가 부양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달 25일 83만7000원에서 현재 61만원선까지 26.9%나 급락했다. 시가총액도 18조3755억원에서 13조4359억원으로 5조원 가량이나 줄었다. 25위이던 시총 순위도 31위까지 내려왔다.

엔씨소프트의 주가 급락은 신작 흥행 실패 탓이다. 지난달 26일 엔씨소프트는 '블소2'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2012년 출시된 PC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상당한 흥행 성과를 거둔 만큼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게임 흥행을 예견할 수 있는 지표인 사전예약자수도 많았다. 블소2의 사전예약자수는 746만명으로 카카오게임즈 오딘의 400만명, 리니지M 550만명, 리니지2M 738만명을 웃돌았다.

증권가에서는 블소2가 출시되자마자 매출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흥행 성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구글플레이 기준으로 블소2는 매출 4위에 올라있다. 출시 첫날 매출 11위에서 서서히 올라온 결과다. 당초 일 매출 30억~40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증권가의 전망치는 현재 5억~8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주가 하락은 기대작 '블소2'의 성과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점, 연초부터 불거진 리니지 불매운동 등 게이머들의 정서 변화, 크래프톤·펄어비스·카카오게임즈 등의 다양한 게임 업종의 투자 대안들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 등에 근거한다"며 "블소2의 초기 성과는 예상보다 부진했으나 엔씨소프트가 게이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어 향후 순위는 좀더 상승하거나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리니지W도 블소2처럼 될까..."게임성·과금 차별화가 관건"
블레이드앤소울 [사진 제공 = 엔씨소프트]
증권가에서는 블소2의 흥행 실패 자체가 단발성 이슈가 아닌 엔씨소프트 사업모델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다른 국내 게임회사에 비해서도 강력한 과금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돈을 쓰면 쓸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페이투윈(Pay to Win)’ 요소가 강하다.

아이템을 '뽑기' 형태로 판매한다. 로또처럼 대박 아이템이 나올 수도, 별 가치가 없는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

최상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 이용자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쓴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블소2에도 이같은 리니지식 과금 시스템이 들어가 있었고 이를 확인한 유저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리니지와 함께 엔씨소프트의 매출을 떠받치는 리니지2M에서도 린저씨(리니지+아저씨)의 이탈이 포착되고 있다. 리니지2M은 지난 2분기 엔씨소프트 매출 5384억원 가운데 2180억원을 책임진 대표작이다.

리니지M와 리니지2M은 구글플레이 매출 1, 2위 자리를 수년간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리니지2M은 5위까지 밀렸다. 신작 블소2에게 뒤진 것은 이해할만 하지만 중국산 게임인 '원신'에게도 밀린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대형 기대작 '블소2'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엔씨소프트의 차기작인 '리니지W’의 성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리니지W는 지난달 19일 사전예약이 시작돼 오는 11월 출시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리니지의 뼈대를 갖고 있는데 한국, 일본, 대만, 러시아 등 국가 대항전의 요소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식 과금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면서 리니지W의 흥행에 대한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리니지W가 게임성과 과금 측면에서 실질적인 차별화 요소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로 귀결된다"라며 "이 게임이 기존 리니지 게임성을 기반으로 하기에 본질적 차별화 포인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과 과금에 대한 유저 수용도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리니지W 초기 성과가 확인되기 전까지 엔씨소프트의 기업가치는 현재 수준에서 정체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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