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먹여살린 '리니지 모델' 흔들..'블소2' 이례적 연속 업데이트

강경주 2021. 9. 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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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기반의 수익모델 의존 않는 것 중요"
엔씨 "이용자 건의 지속적으로 검토, 개선"
블레이드앤소울2 전투 시스템 및 편의성 개선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소울2'(블소2) 출시 직후 혹평을 받은 리니지식 과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선에 힘쓰고 있다. '리니지 시그니처'로 불리는 요소들을 추가로 제거하는 등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을 수용해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차원이다.

엔씨, 블소2 연이은 업데이트…"이례적"

엔씨는 블소2의 전투 시스템과 편의성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회사 측은 이용자들이 개선을 요구한 사항들을 적극 반영해 △전투 중 장비 교체 △보스 몬스터 체력 표기 △안전지역 캐릭터 충돌 △광역 무공 판정 등 게임 시스템을 대폭 개선했다고 알렸다.

전투 밸런스에 대한 이용자 의견도 반영했다. 법종과 도끼가 사용하는 일부 '무공'의 시전 시간을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출석, 기부, 레이드, 협행 등의 문파원들의 다양한 활동에 따라 단계별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문파대전' 이벤트도 진행하기로 했다.

블소2는 리니지의 과금 구조를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간 엔씨는 리니지식 비즈니스모델(BM)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타이틀만 다른 리니지"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블소2의 과금 유도 논란이 이어지자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주간활성사용자수(WAU)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엔씨의 잇따른 과금 유도 BM에 이용자들이 피로도를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엔씨는 이용자들 의견을 수용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출시 직후 두 번의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엔씨는 지난달 27일 블소2 출시 하루 만에 과금 요소인 '영기' 시스템을 개편했다. 지난 1일에는 △보스 보상 획득 방식 △보스 보상 목록 △필드 사냥 보상 등을 상향 업데이트했다. 많은 이용자가 높은 등급의 보상을 획득하고 무공을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다.

엔씨 주가 지난 2월 고점 대비 40% 이상 빠져

블레이드앤소울2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블소2의 흥행 부진과 이용자 비판이 쏟아지자 엔씨 주가도 타격을 받았다. 엔씨의 주가는 지난 2월 104만원대 고점을 찍은 뒤 40% 이상 빠진 상태다. 

그러자 엔씨는 3개월 간 자사주 30만주를 매입하겠다고 전날 공시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직접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상장사가 주가 방어를 위해 주로 쓰는 방법이다. 주가가 낮을 때 회사가 자사주를 적극 취득할 경우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회사가 주가 부양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주식 유통 물량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주가 상승 효과가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거래대금이 일간 1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19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꽤 큰 규모"라며 "적극적으로 주가를 방어하고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단 의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에도 시장 반응은 호의적으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엔씨는 전일 대비 4000원(0.65%) 하락한 61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52주 신저가다.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대다수 증권사들도 엔씨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DS투자증권은 130만원에서 81만원, 메리츠증권은 105만원에서 92만원, KTB투자증권은 130만원에서 83만원으로 내려잡았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나친 과금 BM에 대한 이용자 수용도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출시 예정인 리니지W 초기 성과 확인 전까지 기업가치는 현재 수준에서 정체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봤다.

"블소2로 정확한 게임 민심 확인"

판교 R&D센터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때문에 엔씨가 과거 수준의 기업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게임 개발 능력을 입증하고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구 연구원은 "기존 리니지 기반의 수익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혁신적 신작을 개발해 출시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도모할 확실한 전략"이라며 "후속 신작인 아이온2 및 프로젝트 TL을 시작으로 해당 전략을 반영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희 연구원은 "블소2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보였지만 오히려 신작 출시 사이클이 빨라진 점은 긍정적"이라며 "11월 리니지W, 내년 상반기엔 아이온2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올해보다 실적이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가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엔씨 관계자는 "이용자의 건의와 불편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 개선하고 있다"며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블소2가 엔씨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은 수익이 아니라 정확한 게임 민심"이라며 "추가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인 건 긍정적이라고 본다. 차기작에서 어떤 시스템을 선보이느냐에 엔씨의 기업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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