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몰빵 투자' 옛말.. 연금·월급 다층 설계로 미래 대비 [연중기획-포스트 코로나 시대]
'2030 주식 열풍' 빛과 그림자
코로나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 돈 몰려
청년세대 적극 합류.. '빚투' 부작용도
비싼 수업료 덕에 투자 행태 바뀌어
4050의 '주식=도박' 고정관념도 깨져
장기적 안목으로 노후 준비
퇴직연금 적립금 90%가 원리금보장형
수익률 낮자 자신이 직접 공부해 운용
은행에 여러 펀드에 분산투자 등 요구
수익구조 다양화 통한 재테크에 나서
덜컥 뛰어든 초보 주식투자자 조씨의 출발은 아슬아슬했다. 무슨 종목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감을 못 잡던 조씨는 ‘추천하는 종목만 매수하면 회비 이상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3개월 회비 150만원을 내고 주식 리딩방에도 들어갔다. 추천 종목 중 일부 오른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마이너스였다. 어느덧 손실액이 1000만원까지 치솟고 나서야 그는 리딩방을 빠져나왔다.
그 뒤로 조씨는 주식 관련 공부를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고 투자 태도를 바꿔 나갔다. 그는 “단타가 짧은 시간 돈을 벌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만, 위험성도 높고 주식 앱을 지켜보느라 내 본업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면서 “그래서 투자하려는 기업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최소 2~3년은 보유한다는 마음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잃은 돈은 복구하고 이제 수익이 나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저축과 주식 투자의 비중을 반반으로 해서 안전과 고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미래를 대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8일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만 해도 27조3932억원이었던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월 말 기준 69조5952억원으로 2.5배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춰 유동성을 높인 결과,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돈이 몰리는 ‘머니무브’가 생긴 것이다.
주식 시장에 모여든 돈이 개인 투자자들의 쌈짓돈만은 아니다. 빌린 돈의 비중도 투자자예탁금이 커진 만큼 올랐다. 2019년 말 9조2132억원이었던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8월 말에는 24조9205억원으로 이 역시 2.5배 이상 늘었다. 너도나도 돈을 빌려 주식투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증권사들이 증권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현재 우리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5000만개에 달한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한 적 있는 증권 계좌를 말한다. 한 마디로 전 국민이 주식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주식 열풍을 이끈 주역은 청년 세대였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의 신규 개설 주식계좌 추이를 살펴보면 2030세대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5개월 만에 국내 주식 거래 계좌 수가 1000만개가 늘었는데, MZ세대에게 익숙한 토스증권은 출범 5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400만명을 돌파했고, 아직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출시하지도 않은 카카오페이증권의 가입자수도 500만명을 넘어섰다.
2030 청년세대의 주식 열풍 이면엔 ‘그림자’도 존재한다. 한국에서 재테크의 양대산맥은 부동산과 주식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폭등한 부동산은 청년세대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벽이 되고 말았다.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지금 아니면 영영 기회를 놓칠 것 같은 공포 속에 청년들은 빚을 내서라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2030세대 중 증권사로부터 주식 매수 비용을 대출하는 신용 융자를 행한 이들의 수는 10대 증권사 기준으로 5만4554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2만6224명)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렸고 추가인상 가능성도 남은 만큼, 빚투는 고스란히 청년세대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2019년 말(221조2000억원)보다 34조3000억원 증가한 255조5000억원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7년 168조4000억원, 2018년 190조원 2019년 221조2000억원 등으로 기업의 퇴직연금 신규도입과 경과 연수에 따른 부담금 납입 증가, 세제혜택을 위한 근로자의 자기부담금 납입 증가 등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255조5000억원 중 원리금보장형이 228조1000억원으로 대부분(89.3%)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10.7%가 실적배당형으로 27조4000억원이다.
문제는 퇴직연금 적립금 중 90%가량을 차지하는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이 1.68%로 매우 낮다는 점이다.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은 10.67%로 격차가 매우 크다. 이러한 수익률 차이가 나는 것은 퇴직연금 상품 운용이 원금보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퇴직연금도 개인이 처한 재무현황이나 자산구조 등의 상황에 따라 맞춰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의 황명하 연구위원은 “임금피크를 앞둔 근로자의 퇴직연금이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에 의해 사전에 확정되는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일 경우 DC형으로 바꾸는 게 유리하다. 임금피크 이후 급여가 삭감되면 퇴직연금 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DC형으로 전환해 원금을 지키며 직접 운용하는 게 퇴직연금 적립금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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