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쿠팡·배민으로..골목상권 투쟁대상의 변화
쿠팡이츠마트·B마트 등장에
소상공인 조직적 대응 시작
"퀵커머스 중기적합 선정을"
대형마트들도 볼멘소리
"규제받는 동안 쿠팡만 수혜"
“대형 플랫폼으로부터 삶의터전 골목상권 보호하자!”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의 영업규제가 적용된 지 꼭 10년 만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투쟁 대상을 바꿨다. 수년간 오프라인 유통이 정체된 반면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한 유통업계 판도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거대 플랫폼들이 동네상권까지 파고들면서, 기존 파이를 사수하려는 소상공인들과 플랫폼 사이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 B쿠팡대책위 “편의점·슈퍼마켓 위협하는 플랫폼 퀵커머스 운영제한” 지난 7일 발족식을 열고 플랫폼 대상 투쟁을 선포한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쿠팡 대책위) 주장을 요약하면,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도 오프라인 유통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 대책위가 우선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서비스는 쿠팡·배달의민족 등이 운영하는 퀵커머스(즉시배달) 서비스와 식자재 납품업이다. 이들 서비스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정부가 대책위 요구를 받아들이면, 배민은 ‘B마트’를, 쿠팡은 ‘쿠팡이츠마트’ 등의 사업을 접어야 한다. 모두 두 회사의 새 먹거리였다.
퀵커머스는 소비자가 급히 필요한 생필품·식품을 앱으로 주문하면 근거리 소규모물류센터에서 30분 안에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가 핵심이다. 기존 편의점·슈퍼마켓과 상권 및 상품 등이 대부분 겹친다. 쿠팡과 배민이 각각 ‘쿠팡이츠딜’, ‘배민상회’를 서비스를 통해 식당 등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B2B(기업간거래) 서비스도 기존에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한 분야다.
쿠팡 대책위에 참여한 홍성택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존 오프라인 유통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규모·준대규모점포 등 정의와 규정이 있는데, 이런 신생 유통업은 이름조차 없는 규제 공백 상태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입법이 되기 전에 우선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창고형 마트’(퀵커머스)와 식자재 납품업부터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마트만큼 매출 성장한 쿠팡…모든 유통업계 ‘쿠팡화’가 배경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쿠팡 등 유통 플랫폼의 신생 사업을 사실상 “접으라”고 한 배경에는 쿠팡이 주도하는 유통질서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최근 7년간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추이를 보면, 오프라인은 때론 역성장을 할 정도로 정체 양상이지만 온라인은 매해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 2분기(4~6월) 쿠팡과 이마트는 나란히 5조원대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전통의 유통 공룡과 신흥 유통 강자 간의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나아가 온·오프라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플랫폼과 유통 대기업까지 ‘쿠팡화’되는 현상에 소상공인들은 더 위협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실제 지에스(GS)리테일도 퀵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냈고, 네이버도 배달대행업체에 투자하는 등 언제든 사업 확장을 할 수 있는 태세다. 전통의 오프라인 골목상인들로선 입지가 더 좁아지는 셈이다.
소상공인의 조직적 대응이 시작됨에 따라 소상공인과 쿠팡 등 유통 플랫폼, 유통 대기업 등이 규제를 둘러싼 힘겨루기과 함께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쿠팡 쪽은 “지난 2분기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대비 87% 성장했다”며 ‘소상공인 내부는 단일하지 않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쿠팡의 성장으로 골목상인도 혜택을 봤다는 주장인 셈이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은 “규제받는 10년간 쿠팡만 수혜를 입었다. 플랫폼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자신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여당의 입장은 뚜렷하지 않다. 그 대신 기존 유통 대기업을 겨냥한 규제는 풀어주는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지난 6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점포에서도 영업제한과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 작업 등을 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달 중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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