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 떠난 뒤 손 든 국책硏 "정부가 부동산 실패 국민에 전가"

조선일보 2021. 9. 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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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들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은 그동안 전문가와 언론에서 숱하게 지적해온 내용들이다. 연간 1조1000억원의 예산을 쓰는 26개 국책연구기관들이 지나치게 권력 눈치만 보며 정책검증 작업을 회피해 왔다. 사진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열린 정부출연연구기관장 간담회에 입장해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모습.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국토연구원, 주택금융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3곳이 합동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총체적 실패작임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객관적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여러 주택을 소유한 것만으로 종부세 등 세금 중과의 핵심 표준으로 삼았고” “충분한 정책 검증 없이 임대차3법을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반(反)자본주의적 이미지에 갇히게 됐으며” “(민간 아닌)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 전략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실정의 책임을 국민 탓으로 전가하고, 국민을 향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들었다. 순서가 잘못됐고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뿐”이라고 했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다.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잘못 짚은 헛다리 대책이 26번씩이나 나왔는데도 입 다물고 있던 국책연구소들이 이제 와서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늘어놓으며 정책이 잘못됐다고 한다. 전 국민이 ‘미친 집값’과 ‘전세 대란’으로 아우성치는 동안 정부 눈치만 보고 있던 국책연구소들이 정권 말이 되자 ‘면피’용으로 뒷북 보고서를 낸 것이다. 그런다고 면피가 되지 않는다.

국책연구소는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입안·집행되도록 뒷받침하고 조언하는 국정의 두뇌 기관이다. 정책이 잘못되고 있다면 문제를 제기하고 수정·보완토록 목소리를 낼 직무상 책임이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 폭주가 숱한 부작용을 낳아도 침묵했다. 국토연구원은 부동산 난맥상, 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 산업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은 탈원전, 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보험 적자, 조세재정연구원은 징벌적 과세 등에 대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야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권 앞잡이 노릇을 했다. 26개 국책 연구기관은 연구 인력 6300여 명으로 한 해 1조1000억원 예산을 쓴다. 왜 세금으로 이들 월급을 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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