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국군 모독’ 한국 영화의 흥행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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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이 배경인 영화 ‘지슬’의 홍보 포스터엔 여성을 향해 총을 겨눈 국군 모습이 실려 있다. 영화에서 ‘순덕이’라고 불리는 시골 여성은 총을 겨눈 군인이 머뭇거리는 사이 도망가지만 곧 붙잡힌다. 민가의 창고에 갇힌 순덕이는 국군에 의해 극한의 수난을 당한다. 고통과 치욕을 견디다 못해 총을 훔쳐 반항하다 결국 국군에 의해 살해당한다.
▶이 영화 속 국군은 민간인을 상대로 살인, 강간, 방화를 일삼는다. 부대장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민간인을 총칼로 죽인다. 군복을 입은 연쇄살인마다. 영화는 학살에서 시작해 학살로 끝나지만 4·3 사건의 원인이 된 남로당 반란군의 민간인 학살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이 영화가 지난 4월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오늘의 인권 영화’로 추천됐다.
▶중국 영화 ‘1953 금성대전투’는 6·25전쟁 때 국군이 패한 금성전투를 무대로 중공군의 영웅담을 그렸다고 한다. 정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이런 영화의 국내 유통을 허가했다. 문제가 되자 배급사가 유통을 무기 연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논란이 “새삼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훨씬 전부터 우리 사회 스스로 북한군을 미화하고 국군과 미군을 모욕 모독하는 영화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해 왔기 때문이다.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고 영화제를 휩쓴 경우도 있다.
▶영화 ‘고지전’은 ‘금성대전투’처럼 정전(停戰) 직전 혈투를 다루고 있다. 실제 전투에서 수많은 국군이 한 조각 영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런데 영화에서 국군 사령부는 군인을 사지로 몰아넣는 냉혈한, 국군 지휘관은 전쟁터에서 갈피를 못 잡다가 하극상을 당해 죽는 무능력자로 나온다. 국군 병사는 극한에서 살기 위해 동료를 죽이는 비겁자로 묘사된다. 이런 국군은 고지에서 얽혀 싸우던 인민군과 함께 미군 폭격으로 떼죽음을 당한다. 한민족이 미군에 같이 당한다는 설정이다. 한국에선 이래야 흥행이 된다고 한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물어야 영화 표가 팔린다는 것이다.
▶영화는 영화다. 사실을 비틀 수 있고 선과 악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침략을 당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경우는 영화라도 최소한의 선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선을 넘어야 장사가 된다고 한다. 한 영화인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 마을을 파괴하려는 쪽이 미군이 아니라 중공군이었다면 흥행이 됐겠느냐”고 했다. 제작사와 배급사, 평론가들이 먼저 외면한다. 적군을 띄우고 국군을 모독하는 게 한국 영화판의 흥행 공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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