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은행마저 디지털 역량평가 문과생 바늘구멍 더 좁아졌네
신한은행이 지난 7일 4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하반기 채용 공고를 내면서 은행권 취업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다른 업종보다 연봉이 높은 은행 채용 소식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최대 관심사입니다. 특히 대졸 채용 시장에서 이과생 출신들에게 밀리고 있는 문과생들이 기다려온 소식입니다. 은행은 문과생들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정도였죠.
그런데 신한은행 공고를 본 취준생들 사이에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250명을 뽑는다고 했지만, 채용 인재상을 ‘디지털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라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채용 과정 전반에 디지털 관련 평가를 도입해서 알고리즘 이해력, 문제해결 능력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필기시험에도 이런 경향이 반영될 것이라고 합니다. AI(인공지능) 관련 역량 검사까지 한다고 했습니다.
신한은행에서는 “디지털 역량 평가는 따로 공부할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한 문항”이라고 하지만, 한두 문제로 당락이 엇갈리게 되는 취준생들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듯싶습니다.
은행들은 6~7년 전에는 문과생들을 우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른바 ‘문사철(文史哲) 인재’를 찾았죠.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4년 신입 행원 공채 자기소개서 기술 사항 중 하나가 “최근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서술하라”였습니다. 우리은행도 감명 깊게 읽은 인문학 서적, 롤모델로 삼고 싶은 위인 등을 물었죠. KB국민은행은 “인생의 성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입사 지원자들에게 던졌죠.
하지만, AI와 빅데이터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은행도 달라진 셈입니다. “지금처럼 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달 상장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시총은 그동안 서로 1, 2위라고 다투던 KB금융, 신한금융을 합친 규모와 맞먹습니다. 이러다 보니 디지털 개발자를 찾는 목소리가 커져갑니다. 금융권 채용에서도 문과생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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