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집값 떨어진다” 협박이 ‘뻥카’처럼 들렸다
공급 대책 없인 집값 못 잡아 “뾰족한 대책 없어 엄포 놓는 것”
“주택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인기가 없더라도 가계부채 관리하겠다”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대출 부실 등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 최근 수위가 부쩍 높아진 정책 당국자들의 부동산 관련 발언에 대해 “갑자기 왜 이러지”라고 이상하게 생각한 전문가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경제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발언들에 대해 ‘뻥카(포커 게임에서 상대를 겁주려고 베팅을 크게 하는 것)’라고 잘라 말했다. “확실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면 예고편을 조금씩 흘려 시장의 반응을 떠보는 게 정책의 기본입니다. 협박처럼 들리는 엄포를 놓는 것은 그만큼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자기 고백이나 마찬가지죠.” 관료들이 정권 마지막까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한 ‘명분 쌓기용 할리우드 액션’이란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관련 모든 세금을 중과하는 세금 폭탄 정책으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최근 대출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더 거세게 조이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내렸던 기준금리도 올렸다. 하지만 효과는커녕 아파트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연립주택과 빌라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3.3㎡당 2000만원을 넘었다는 통계가 엊그제 나왔다. 서울은 3.3㎡당 4500만원을 넘었다.
정부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은 그동안 전문가들이 수도 없이 지적한 대로 현 정부 대책이 공급은 도외시한 채 수요 억제로만 일관한 반쪽짜리였기 때문이다.
스무 차례가 넘는 대책 중에서 첫 공급 대책은 이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3개월이 지난 작년 8월 4일에야 나왔다. “부동산 빼놓고는 꿀릴 게 없다”며 실패를 자인했던 노무현 정부의 첫 공급 대책보다 9개월이나 늦었다. 게다가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가구를 짓겠다던 계획이 6800가구로 축소되는 등 정책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공급 대책 실기(失機)와 정책 불신(不信)의 파장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홍 부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며 부동산 시장을 망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정부가 아직도 사태의 본질과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10년간 서울에 아파트 60만채가 지어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집값이 떨어진 2010년부터 10년간은 공급량이 36만채가량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이 기간에 국민소득은 1만달러대 초반에서 3만달러대로 상승했다.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생겼는데, 새 아파트 공급은 줄어든 것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111.4대1로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엔 12.6대1이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물량이 6021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3만3342가구)의 18% 수준으로 줄어든 게 원인으로 꼽힌다.
신도시 개발 같은 대형 대책은 실제 입주까지 5년 이상 걸린다. 2005년 발표된 위례신도시는 첫 입주가 2013년에 이루어졌다. 임기가 8개월밖에 안 남은 레임덕 정부가 이런 장기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엉뚱한 말과 대책으로 시장을 더 교란시키지 말고 차라리 이번 정부의 실패 경험을 담은 백서를 만들면 어떨까. 최소한 다음 정부들이 헛발질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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