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 꿈꾸는 거부들 [횡설수설/허진석]

허진석 논설위원 2021. 9.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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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노인의 세포를 떼어내 40대로 되돌리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이를 '세포의 시간역전'이라고 한다.

인류는 시험관 안에서 세포를 다시 젊게 하는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확보해 둔 상태다.

수명 연장 연구는 이 기술을 세포 단위에서 생체 단위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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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노인의 세포를 떼어내 40대로 되돌리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이를 ‘세포의 시간역전’이라고 한다. 인류는 시험관 안에서 세포를 다시 젊게 하는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확보해 둔 상태다. 수명 연장 연구는 이 기술을 세포 단위에서 생체 단위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기 중에 영생불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아마존 최고경영자에서 올해 7월 물러난 세계 최고 부자 제프 베이조스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명 연장 연구를 목표로 올해 설립된 알토스랩스에 그가 투자한 사실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알토스랩스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출신의 정보기술(IT) 투자계의 거물인 유리 밀너가 과학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가진 세미나에서 태동했다. 베이조스와 밀너 등은 최소 2억7000만 달러(약 3105억 원)를 알토스랩스에 투자했다. ‘영원한 삶’에 대한 거부들의 공동 연구인 셈이다.

▷이론적으로 세포의 시간을 역전시킬 수 있으면 생체의 시간도 거꾸로 돌릴 수 있다. 세포에 단백질을 주입해 일반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리프로그래밍 기술은 동물실험에서 장기와 생체 기능을 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암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발현하는 문제가 있다. 이 난관을 뚫기 위해 알토스랩스는 1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유능한 유전학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인간의 노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생체 시계’의 개발자인 스티브 호바스 교수와, 리프로그래밍 기술 발견으로 2012년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 등이다.

▷한국에서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가 쓴 ‘노화의 종말’이 지난해 번역 출간되면서 수명 연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는 노화를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보는 새로운 관점을 확산시켰다. 그는 자신이 찾아낸 물질을 복용해 신체 나이를 젊게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효능이 완전히 검증되진 않았지만 그 노화 방지 물질을 미국에서 구매해 복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부자들만의 욕망은 아닌 것이다.

▷영원한 젊음을 간직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부단하게 이어져 왔다. 옛소련에서는 젊은 사람의 피를 나이 든 사람의 혈관을 돌게 한 뒤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젊음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리고 젊은 피를 활용한 회춘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원하는 것은 다 이룬 것처럼 보이는 베이조스와 밀너의 올해 나이는 57세와 60세다. 나이 든 부자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건강한 젊음’이 아닐까 싶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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