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편엔 귀 닫은, '개방적' 대선캠프[김도연 칼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2021. 9.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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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민 아우르는 화합의 리더십이 중요
후보별 전문가 집단, 이념 편향성 뚜렷
집권 후 논공행상식 인사가 폐쇄성 강화
선거캠프 때부터 다른 의견에 귀 기울여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꼭 6개월 후로 다가왔다.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러나 우리 사회는 소중한 에너지를 대통령 선거에 너무 낭비하는 듯싶다. 후보자들은 비전과 정책을 차분히 이야기하고 유권자는 이를 바탕으로 판단해 각자 투표하면 될 일인데 상호 불신과 비난이 난무하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부딪혀 발화점에 이를 기세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왕적 권력을 지닌 대통령을 선출하기 때문일까.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이 기회를 주고 땅이 도움을 주어야 가능하겠지만, 맹자가 이야기한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는 지도자가 새겨야 할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진리다. 하늘이 주는 때(天時)는 지리적 이로움(地利)을 앞서지 못하며, 또 이 모두를 뛰어넘는 가장 소중한 가치는 인화(人和)다.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화합의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후보자가 선출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리더십은 전혀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이미 모두 캠프를 운영 중이다. 본래 캠프란 야외에서 천막을 치고 일정 기간 숙식을 함께하는 것인데, 일반인들이 휴양을 위해 산이나 바닷가에 설치하는 캠프는 길어야 사나흘 정도일 것이다. 프로 야구나 축구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치르는 훈련캠프도 고작 한 달 남짓이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캠프는 이렇게 몇 달간 지속되곤 한다. 일주일에 7일 그리고 하루 24시간을 함께하면서 캠프에 헌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실제로 각 캠프에서는 공식 대변인도 여러 명씩 임명하고 있으니 예외 없이 꽤나 큰 규모다. 누구라도 줄만 서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대단히 개방적인 조직임에 틀림없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캠프가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성범죄 혹은 미국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으로 수사를 받게 된 사람들이 5년 전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각각 조직과 노동 분야 특별보좌관이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한 비판에 여당의 한 의원은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특보를 어떻게 다 책임지나”라고 일갈했다. 이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는 대통령 후보 캠프 특별보좌관만 합쳐도 100만 명쯤 이를지 모르겠다. 정치 초과잉이다.

누구라도 환영하는 개방적인 선거캠프지만 이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헤아릴 수도 없이 숱하게 임명하는 특별보좌관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이와 반대로 국가 정책 수립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제, 국방, 외교, 교육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폐쇄적인 게 캠프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여야 구분 없이 모든 캠프가 대단히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이념적으로 보수인 후보라면 좌측 전문가들의 의견을, 그리고 진보라면 우측 전문가들의 의견을 함께 듣고 정책이 결정되도록 캠프는 개방적이어야 마땅한데, 이는 거의 꿈같은 이야기다.

지난번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에너지 분야 정책 수립에 절대 환경론자만이 아니라 의견이 다른 원자력 전문가들도 초빙해 함께 토론할 수 있었다면 원전 조기 폐쇄 같은 무리한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캠프가 이렇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결정적 이유는 선거에 승리해 집권으로 이어졌을 때 캠프 사람들만 소위 논공행상식으로 자리를 나누어 갖기 때문이다. 정해진 크기의 파이를 나누고 싶지 않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후보를 위해 애쓴 사람들을 중용하고 싶은 마음도 당연하지만 이는 필부(匹夫)의 길이다. 인사에서 캠프를 벗어나는 어려움을 취해야 진정한 국가지도자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제는 각 분야 전문가들도 스스로의 성향에 따라 나뉘어 이 캠프 저 캠프에 몰려가 헌신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만 집권 후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대학교수라면 본업을 팽개치고 캠프에 헌신하는 일이 전혀 바람직하지 못함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캠프를 위한 전문가 활동은 자문 정도로 그쳐야 한다. 외눈박이 코뿔소 같은 국정 운영을 막기 위해서는 캠프 단계부터 훨씬 개방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개방은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단순한 일이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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