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日, 대만이 위협 받자 거침없는 재무장… 中 “일본 개입시 본토 공격”
대만 동쪽 해안에서 230㎞가량 떨어진 일본 이시가키지마(石垣島)는 요즘 육상 자위대 미사일 기지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일본 정부는 내년까지 이곳에 병력을 500~600명 배치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8월 2일 보도했다.
이시가키섬에 들어가는 육상 자위대는 대함, 대공 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미사일 부대와 상륙 공격 등에 대비한 경비 부대로 구성된다. 대만에서 불과 110㎞ 떨어진 인근 요나구니섬에는 2023년까지 전자전 부대가 들어선다. 이로써 난사이제도에 미사일 부대가 설치된 섬은 오키나와 본섬, 미아코섬, 아마미오섬 등 4곳으로 늘어난다.
◇중 항모 전단 겨냥한 미사일 3종 세트
일본이 이 두 섬에 미사일 부대와 전자전 부대를 배치하는 것은 이 일대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해군과 공군의 진격로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 공격에 나서면 중국 항공모함과 잠수함, 공군기 등을 상대로 미사일 공격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일본은 중국 해군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미사일 3종 세트도 공개했다. 올해 구매 예산에 포함된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ASM-3은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한 미사일로 최고 마하 3의 속도로 방공망을 뚫고 중국 해군 전함을 공격할 수 있다.
또 주력 미사일인 12식 지대함 유도탄은 200㎞인 사거리를 단기적으로 900㎞, 장기적으로 1500㎞까지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사거리가 2000㎞에 이르는 스텔스 순항미사일도 내년 시제품이 나온다. ‘일본판 토마호크’라고 하는 이 미사일은 방공망의 요격을 피하면서 베이징과 평양도 타격할 수 있다. 작년엔 최고 속도 마하 5의 극초음속 스텔스 순항미사일을 개발 중인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통일을 위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자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중일 간 치열한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대만 방어를 명분으로 쉬쉬해오던 첨단 미사일 개발,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공언해온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시가키섬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하기로 한 것도 지난 4월 중국 해군의 세 전함 동시 취역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군은 지난 4월 23일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난성에서 최신 전략 핵잠수함 창정 18호, 대형 미사일 구축함 다롄함, 4만t급 강습 상륙함(헬기 항모) 하이난함 취역식을 가졌다. 모두 대만 공격을 겨냥해 개발한 최신예 전함이다.
◇중 전문가 “일본, 유사시 망설이지 않고 참전할 것”
일본 집권 자민당 고위 인사들도 올 들어 유사시 대만 방어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7월 29일 미국·일본·대만 의원들과 가진 온라인 전략 대화에서 “홍콩에서 일어난 일이 대만에서는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도 7월 5일 자민당 내 한 모임에서 “대만에 큰 문제가 생기면 국가 존망 위기 사태로 제한적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며 “미국과 함께 대만을 방어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7월에 나온 방위 백서도 “대만 정세의 안정은 일본의 안전 보장은 물론 국제사회 안정에도 중요하다”는 기술이 처음 들어갔다.
중국 외교부는 “대단히 잘못되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반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군사력에서 만만찮은 상대인 일본이 버티면 대만 무력 통일의 어려움은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중국 싱크탱크들이 모여 있는 위챗 공식 계정과 동영상 플랫폼 등에는 “일본 본토를 타격해야 한다” “핵 공격을 하자”는 등의 주장도 나온다.
중국 내에서는 일본이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인정한 1972년 중일 공동성명의 원칙에서 벗어나 사실상 대만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칭화대 류장융 교수는 일본 주간 동양경제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들은 자민당과 정부 내에 형성된 새로운 컨센서스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근본적인 정책 변화에 따라 그동안 은밀하게 다뤄져 온 이 문제를 이제는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정지융 교수는 “일본이 민감한 것은 대만해협이 넘어가면 일본의 해상 운송로가 중국 통제를 받기 때문”이라며 “유사시 망설이지 않고 직접 참전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대한 불신에 자체 무장 강화
일본이 미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독자 무장을 강화하는 데 대해 미국에 대한 불신이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회귀 전략(Pivot to Asia)’을 표방했지만,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도서를 요새화하는 데 대응하지 못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반중 정책을 취하면서도 일본이 대중 견제를 위해 공을 들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해버렸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월 26일 자에서 “중국이 힘을 확대하면 할수록, 일본의 자체 무장 강화 의지는 더 단호해질 것”이라고 썼다.
일본 내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0.95%(500억달러) 수준인 국방비를 미국이 동맹국에 요구하는 2% 선까지 끌어올리자는 주장도 있다. 국방비 규모를 1000억달러 이상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중국의 올해 국방비는 2000억달러 선이다. 민간 싱크탱크 ‘아시아 퍼시픽 이니셔티브(API)’의 오우에 사다마사(전 항공자위대 중장)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오산과 과신에 따른 대만 침공을 막기 위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당장 내년부터 국방 예산을 GDP의 2% 이상으로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주변 해역은 일본 생명선… 中에 넘어가면 에너지 안보·경제에 치명타]
일본이 공공연히 대만 방어를 공언하고 나서는 것은 대만 일대가 일본 경제의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에너지 자원의 70~80%가 바로 대만 남부의 바시해협과 루손해협 등지를 경유해 들어온다.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일본 기업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도 이 경로를 통해 본토로 수입된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해 이 일대 제해권을 장악하게 되면 일본 경제와 안보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가 중국의 인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해협을 피해 필리핀 남부로 우회하면 운송 비용이 20~30%가량 늘어난다. 사실상 대만 주변 해역에 동북아 지역 패권이 달린 것이다.
2006년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작성한 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도 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초 일본 본토의 항전 의지를 꺾기 위해 홍콩 앞바다와 대만해협 등지에서 전략 물자를 싣고 본토로 향하는 일본 선박 48척을 침몰시켰다고 한다. 일본이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하고 시모노세키조약을 맺으면서 대만을 할양받은 것도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진찬룽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지난 7월 CCTV 인터뷰에서 “일본은 자원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고, 그 자원이 수입되는 루트가 바로 대만해협”이라며 “미국보다 대만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초조해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서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이 강화되면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방어도 어려워진다. 센카쿠열도는 대만에서 동쪽으로 18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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