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이런 여론조사로 후보 뽑나
여론조사 회사 세 곳이 지난 3~4일 각각 실시한 대선 조사 결과는 요즘 여론조사가 얼마나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재명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가상 양자 대결 지지율이 알앤써치·경기신문 조사는 35.2% 대(對) 32.1%로 접전이었다. 그런데 PNR·뉴데일리·시사경남 조사는 36.2% 대 28.7%로 이 후보가 크게 앞섰고, 정반대로 여론조사공정·데일리안 조사는 37.7% 대 46.4%로 홍 후보가 크게 앞섰다. 세 곳의 조사에서 홍 후보 지지율은 28.7%, 32.1%, 46.4% 등으로 들쭉날쭉했다.
여론조사 결과들의 차이가 심할 경우 조사업계에선 “조사 시기나 조사 방식 또는 질문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란 설명을 내놓곤 한다. 하지만 최근 세 곳의 조사는 조사 날짜와 조사 방식(ARS)이 같았고 질문 내용도 거의 비슷했다. 이럴 때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각 조사의 원(原) 자료를 정밀하게 검토해서 어떤 이유로 결과가 크게 달랐는지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기계음의 ARS 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것으로 여겨졌던 전화 면접원 조사도 최근 신뢰성에 금이 갔다. 얼마 전 여심위는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윤석열이 될 것 같죠?” “이재명?” 같은 식으로 유도 질문을 한 조사 회사를 적발해 과태료 30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면접원 관리가 허술해서 벌어진 ‘참사’였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해선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로 후보를 뽑는 악습(惡習)을 되풀이하고 있다. 각 당의 당헌·당규에서 경선 여론조사 활용을 공식화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가 만든 공직선거법(제57조의2)에도 당내 경선을 여론조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여론조사가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조사 방식 즉 역선택 방지 여부나 문항 구성, 표본에서 집 전화 비율 등과 관련해 0.1%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사생결단의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야권은 최근 대선 후보 경선을 포함해 올해 들어 네 번이나 ‘여론조사 경선 룰’을 놓고 내전(內戰)을 벌였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과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당 대표를 선출했던 6월 전당대회 등에서도 여론조사 역선택 등이 싸움의 주제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선 당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 갈등이 봉합됐지만 앞으로 ‘본선 경쟁력’을 측정하는 문항과 관련한 2라운드 결전이 남아있다.
하지만 후보들이 정책 대결 대신 경선 룰 대결에 매달리며 내부 파열음이 계속 커진다면 공멸(共滅)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데도 여론조사로 후보 뽑는 경선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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