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특별기여자'와 난민 사이
미군이 물러가고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탈레반의 잔악성은 악명이 높다. 그들은 여성의 교육을 금지할 뿐 아니라 아예 집 밖에 못 나가게 할 정도로 극심한 차별을 일삼았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문화유산인 바미얀석불을 하루아침에 폭파하는 등 다른 종교를 극단적으로 배격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들의 눈 밖에 나면 언제 어떻게 목숨이 날아갈지 모른다. 부르카를 쓰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하는가 하면 이전 정부에서 일한 경찰청장을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우리는 2007년 샘물교회 자원봉사자를 납치하고 참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통해 이들이 얼마나 포악한지 익히 알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사관 철수를 결정한 뒤 마지막 교민까지 무사히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왔다. 마침 극장에선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을 피해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실감나는 이야기가 상영되고 있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행이론처럼 반복됐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영화'는 후속편으로 이어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을 도우며 일한 이들의 신변이 위협받고 있었다. 한국을 위해 '부역'했다는 이유만으로 탈레반에 박해를 받을 수 있는 이들이었다. 정부는 신속하고 치밀한 결정을 통해 이들을 우리나라로 데려왔다. '미라클' 작전의 성공으로 391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이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됐다.
정부 수립 이후 최초라는 작전은 우리에게 자긍심을 선물했다. 마침 얼마 전 공식적으로 선진국 자격을 얻은 우리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는 뿌듯한 마음이 생겨났다. 일본 정부는 실패했지만 우리는 성공했다는 비교우위의 안도감도 컸다. 아프가니스탄인의 수용을 이해하고 환영한 충북 음성과 진천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칭찬받았다.
하지만 '영화'는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잠시 수용시설에 머물겠지만 결국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한다. '영화'가 막을 내리고 세상이 이목을 거둔 뒤에도 우리의 관심은 이어질까. 고향을 떠나온 이들이 생소한 곳에서 겪어내야 할 디아스포라로서 삶을 세심히 돌볼 수 있을까.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를 도운 이들을 이제 우리가 잘 도울 수 있을까. 이번 작전을 보면서 든 첫 번째 궁금증이다.
정부는 이들을 '특별기여자'로 호명했다. 이들이 현지에서 우리 정부의 재건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특별기여자'라는 개념은 법적 요건이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이라는 명명을 피하기 위한 묘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특별기여자'라는 말에는 이들이 한국을 도왔기 때문에 '난민'과 같을 수 없다는 논리가 숨어 있다.
정부가 '특별기여자'는 난민과 다르다고 선언한 셈이 됐다. 그렇다면 두 번째 궁금증이 떠오른다. 한국을 '돕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들이 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오겠다고 주장한다면? 물론 한국을 '돕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인은 최소한 세 부류로 나뉜다. 한국을 돕지는 않았지만 우리 우방을 도운 경우, 한국에 적대적인 경우, 한국에 중립적인 경우.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는 그나마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우방을 도왔다고 할 때 그 우방이 미국인지 일본인지에 따라 국민여론과 정서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중립적인 아프가니스탄인은? 이런 경우를 일컬어 '난민'이라고 부른다.
한국을 도운 이들을 우리나라로 데려왔으니 우리의 일을 다한 것일까. 이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가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게 하는 착시효과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을 돕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이 영화로 반복되듯, 영화는 현실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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