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99] 물랭 루주
‘빨간 풍차’라는 뜻의 물랭 루주(Moulin Rouge). 파리의 극장 이름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카바레 쇼다<사진>. 에펠탑과 같은 해인 1889년에 개관, 1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매년 60여 만명이 감상하는 이 쇼에는 80여 명의 아티스트와 60여 명의 코러스 댄서가 출연한다. 파도처럼 역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율동, 눈부시게 빛나는 화려함은 예술 카바레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쇼의 성격은 조금씩 바뀌어 왔다. 하지만 빨간 실내 속에서 빛나는 조명, 반짝이는 인조 보석과 장인이 제작한 의상, 최고 수준의 무대가 연출하는 장면들은 여전히 경이롭다.
물랭 루주가 개관하고 자리 잡던 시기의 몽마르트 언덕은 카페와 연주 공간, 카바레로 가득 찬 장소였다. 밤이면 예술가, 보헤미안, 상류층, 문학가들이 모두 물랭 루주에 모여 사회적, 문화적 교류를 즐겼다. 그 분위기는 이곳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던 화가 툴루즈 로트레크의 그림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벨 에포크(Bell Epoque)’ 시대의 상징이자 캉캉의 기원지로 유명한 이 무대를 과거 조세핀 베이커, 프랭크 시나트라, 에디트 피아프, 라이자 미넬리와 같은 공연자들이 장식했다. 수십 명의 다리가 공중에서 줄을 맞추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안무는 여성의 매력을 자랑하는 ‘벌레스크(Burlesque)’의 원조가 되었다. 이 때문에 뉴욕의 코튼 클럽(Cotton Club)부터 라스베이거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시에 유사한 쇼를 생산했다. 백 년이 넘는 시간, 실제건 상상이건 물랭 루즈에는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간직되었다. 그러면서 십여 편의 영화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파리의 물랭 루주가 내일 재개관하면서 1년 이상 문을 닫았던 세계 쇼 비즈니스의 서막을 연다. 다음 주면 뉴욕의 브로드웨이 공연도 시작한다. 뉴욕 시립도서관 뒤편의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는 여름밤 시민을 위한 영화 상영을 한다. 금년에는 물랭 루주의 재개관을 축하하기 위하여 2001년 영화 물랭 루주를 포함시켰다. 뉴욕 공원에 누워 대형 스크린에서 “나는 창녀다. 돈을 받고 남자들을 착각하게 만든다”는 대사를 속삭이는 니콜 키드먼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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