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로 내려앉은 사유의 깊이..조성진의 증명

2021. 9. 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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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의 불빛이 잦아들고, 무대로 조명이 떨어지자 관객들은 숨소리도 멈추고 조성진의 등장을 기다렸다.

코로나19로 내지르지 못하는 함성이 아쉬운듯 정장 차림의 조성진이 등장하자 객석의 박수는 떠나갈듯 터져 나왔다.

물 흐르듯 유려하게 이어진 '스케르초' 4곡에서 조성진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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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으로 돌아온 조성진 리사이틀
야나체크·라벨 이어 스케르초 전곡
깊이 더해진 묵직한 해석..조성진의 이름 증명
2015년 쇼팽 콩쿠르 이후 다시 쇼팽으로 돌아온 조성진이 지난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열고 관객과 만났다. [크레디아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객석의 불빛이 잦아들고, 무대로 조명이 떨어지자 관객들은 숨소리도 멈추고 조성진의 등장을 기다렸다. 코로나19로 내지르지 못하는 함성이 아쉬운듯 정장 차림의 조성진이 등장하자 객석의 박수는 떠나갈듯 터져 나왔다.

처절하고 비극적인 역사(야나체크, 피아노 소나타 Eb단조)로 시작된 연주회는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로 이어졌다. 유튜브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조성진의 ‘밤의 가스파르’는 이번 연주회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밤의 가스파르’에 대해 물의 생생한 움직임을 재현하기 위해 극한의 테크닉을 보여주면서도 라벨의 상상력을 펼쳐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조성진 역시 “지금까지 연주한 피아노 솔로곡 중 테크닉적으로 가장 어려운 곡”이라고 했지만, 무수히 쏟아지는 32분 음표들은 비누방울처럼 유연하게 흘러 ‘물의 요정’(온딘)이 잠시 들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다.

연주회의 백미는 쇼팽의 ‘스케르초’. 쇼팽 콩쿠르에서의 우승 이후 그는 자신의 성과 쇼팽을 딴 ‘초(CHO)팽’으로 불렸다. 그만큼 조성진에게 쇼팽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물 흐르듯 유려하게 이어진 ‘스케르초’ 4곡에서 조성진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넸다. 그의 깊은 내면의 이야기는 이지러짐 없이 건반 위에 풀어졌다. 서정적이면서도 객석을 긴장하게 만드는 폭발하는 감정이 정확히 건반 위로 날아들었다. 아름다운 손끝으로 묵직하고 강력하게 찍어 누르는 깊이는 객석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크레디아 제공]

야나체크에서 라벨, 쇼팽의 ‘스케르초’로 이어진 연주회 프로그램의 흐름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쇼팽의 에튀드 중 ‘혁명’을 들려준 앙코르로 완성했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음악적 바탕을 쌓은 조성진의 라벨은 우아하면서도 묵직했고, 그 뒤로 이어진 강렬한 쇼팽은 연주회의 큰 흐름을 요약해 보여주는 명연이었다.

이날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모처럼 들떴다. 쇼팽 콩쿠르 이후 세계적인 ‘클래식 스타’로 떠오른 조성진의 명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서울은 물론 대구, 수원 등 국내 7개 도시를 순회하는 리사이틀은 최단 시간인 10초 만에 티켓이 팔려나갔다. 예술의전당 공연장 로비의 포토존엔 젊은 관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지난 4일 전주에서 시작된 연주회는 8일 아트센터인천을 거쳐 여수 예울마루(11일), 수원 경기아트센터(12일), 부산시민회관(16일)으로 이어진다. 이달 18일에는 서울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피날레 공연은 네이버TV를 통해 유료로 생중계한다.

장일범 음악평론가는 “조성진은 시기마다 자신의 심성에 맞는 곡들로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번 리사이틀에선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해가는 조성진의 성찰과 사유의 깊이를 느껴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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