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소중한 나의 한국살이

- 2021. 9. 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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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업으로 4세 때 한국에 처음 오게 된 나는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23년간 한국에서 머물며 문화정체성만큼은 한국인인, 자칭 타칭 대한몽골인이다.

하지만 이번에 비자 문제로 한국에서 쫓겨나듯 몽골로 출국하게 될 때 만감이 교차했다.

비록 몽골에 와 있지만 한국살이를 계획하며 제약회사 연구원으로서의 꿈을 이루고자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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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업으로 4세 때 한국에 처음 오게 된 나는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23년간 한국에서 머물며 문화정체성만큼은 한국인인, 자칭 타칭 대한몽골인이다. 최근 비자 문제로 몽골로 출국하게 되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을 돌아보았다.
몽골에서는 한국을 ‘코리아’라 하지 않고, ‘솔롱고스’라고 한다. 몽골어 ‘솔롱고’는 ‘무지개’. ‘솔롱고스’는 ‘무지개가 뜨는 나라’란 뜻이다. 한국은 몽골인에게 동경의 나라이자 이웃한 그 어떤 나라보다 환영받는 나라이다. 그런 한국에서 내가 생활하면서 느꼈던 한국의 좋은 점은 치안이다. 늦은 시간까지 지인들과 모임을 갖거나 생활하는 나라가 얼마나 있을까. 또 카페 테이블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화장실을 잠시 다녀올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을까. 몽골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옆나라인 러시아에서는 대낮에 길을 가더라도 누군가 따라올까 봐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게 습관이라고 하니 한국의 치안이 얼마나 잘돼 있는지 새삼 생각해 보게 한다.
엥크바얄나문다리 인천대 재학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능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확진자는 이동경로를 공유하며, 뛰어난 정보기술(IT)력을 이용해 감염자와 접촉 여부를 판단한다. 하루에 1만건 이상의 검사능력과 드라이브스루(차량이동)를 통한 검사로 감염위험을 줄이고 있다. 시민들은 필요물품을 적당량만 구입하며 불안한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대처해 나간다. 타국에 모범이 될 정도로 코로나19를 대처하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환경과 성숙한 시민의식은 한국을 돋보이게 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데 아쉬웠던 점은 비자 문제이다. 모국인 몽골은 잠깐 다녀온 것이 전부인 나는 친구도 지인도 모두 한국인이며, 교육도 한국에서 받아 앞으로 한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비자 문제로 한국에서 쫓겨나듯 몽골로 출국하게 될 때 만감이 교차했다.

한국은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시대가 도래했고, 고령사회가 지속되면서 ‘젊고 유능한 외국인을 유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나뿐 아니라 한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고등교육까지 공부한 외국인에게는 한국에서 좀 더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조건없는 파격적 비자제도를 시행한다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대한민국 정부에 제안하고 싶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학교에 다닌 사람들은 한국 친구들과 사귀어 한국인과 같은 생활습관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이들보다 더 훌륭한 지한파 외국인이 어디 있을까. 이들은 여권만 외국여권일 뿐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은 한국사람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제 몽골 날씨는 선선하다. 그런데 더워도 한국 날씨가 그립고, 속이 편한 한식이 그립다. 비록 몽골에 와 있지만 한국살이를 계획하며 제약회사 연구원으로서의 꿈을 이루고자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또한 나처럼 한국에서 성장해 한국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고 싶은 외국인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나의 한국살이가 비자 문제로 잠시 ‘쉼’이 생겼지만 덕분에 내가 지내온 한국을 돌아볼 수 있었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하게 돼 더없이 귀중한 시간이 된 것 같다.

엥크바얄나문다리 인천대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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