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가 된 민주화 영웅, 민심을 잃었다 [시스루 피플]
[경향신문]
한때 ‘서아프리카의 만델라’
첫 직선제 선거 대통령 되자
연임 횟수 늘려 3선까지
쿠데타 이후 안갯속 정국서
야당마저 군부 세력 옹호
‘민주화 영웅이자 독재자.’ 지난 5일(현지시간) 군사 쿠데타로 구금된 알파 콩데 기니 대통령(83)을 일컫는 별명이다.
기니에서는 1958년 프랑스 독립 이후 줄곧 장기 독재와 군부 통치가 이어졌다. 콩데 대통령은 이러한 난세 속에서 태어난 민주화 영웅이었다. ‘서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로 불렸다.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데 앞장선 그는 1970년 사형 선고를 받은 적도 있으며, 1998년 구금됐다가 정계 은퇴를 조건으로 겨우 풀려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권력이 민정으로 이양된 후 열린 첫 직선제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민주화운동을 펼치던 단체들은 수십년간의 부패하고 권위주의적 통치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된 후 권력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3년 총선 사기를 주장하며 평화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에 총을 발포하는 등 폭력 진압을 벌였다. 2019년 개헌 반대 시위가 열리자 시위 참가자 수백명을 체포했다. 결국 콩데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연임 제한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늘리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59.5%의 득표율로 3선에 성공하자 많은 시민들은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콩데 대통령은 자신이 독재자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24와 인터뷰하면서 3선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는 세력들을 두고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45년 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내가 반민주주의 독재자로 여겨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마마디 둠부야 사령관을 필두로 한 군부세력은 지난 5일 콩데 대통령을 구금하고 기존 정부를 해체했다. 둠부야 사령관은 쿠데타 직후 “우리는 더 이상 한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지 않을 것이며 국민에게 정치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군부는 콩데 정권에 의해 정치범으로 수감된 사람들을 석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야당과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 세력을 옹호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기니인은 “쿠데타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대통령은 민주적 투표로 선출되어야 하는 것도 안다”며 “하지만 권력에서 물러나려고 하지 않는 늙은 대통령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쿠데타 이후 기니의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군부세력이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정권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기니에서는 콩데 대통령이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던 시절을 기억하며 그를 옹호하는 시민들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말리, 니제르, 차드 등 지난 1년여간 쿠데타 시도가 일어난 서아프리카의 정세도 더욱 불안해진 상황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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