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택적 기억'으로 의혹만 키운 김웅, 강제수사로 밝혀야
[경향신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상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첫 보도 후 6일 만에 자청한 공식 회견에서 “나로선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진전된 기억이나 뒷받침할 정황·기록은 없이 의혹만 더 키운 ‘맹탕 회견’을 왜 했는지 묻고 싶다. 그간 오락가락한 해명과 무책임한 회견 모두 유감스럽다.
김 의원의 회견 요지는 간단하다. 지난해 4·15 총선 직전에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여권 인사 3명이 포함된 고발장과 증거자료를 넘겨받아 미래통합당(국민의힘)에 전달했다는 의혹은 기억나지 않고, “보도가 사실이면 정황상 내가 전달했겠지만, 조작됐을 수도 있다”고 남 얘기 하듯 비켜갔다. 처음에 당에 넘겼다고 한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고발장에 대해 ‘내가 만들었다’거나 ‘초안을 잡아줬다’고 했던 말을 부인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준성이한테 법리 검토는 물어봤을 수 있다”고 했던 발언도 “(그런 적) 없다”고 했다. 새로운 내용이나 정황 제시는 없고 그간에도 왔다 갔다 한 본인의 기억을 다시 수정한 게 전부였다.
김 의원은 회견에서 “윤석열 총장을 잘 보필하라”고 손 정책관을 격려한 메시지는 기억하고, 텔레그램 대화방에 ‘손준성 보냄’이라고 도착한 메시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버스에 제보한 국민의힘 인사에 대해 “어떤 명함을 주고받았는지 특정된다”면서도 이 제보자가 김 의원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에 가지 말고 대검 민원실로 접수하라”고 들었다는 말은 “기억하고 있진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누구나 기억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유리한 기억만 선택적으로 내놓았다는 비판에서 김 의원은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사건은 지난해 총선 직전 고발장을 누가 작성했고, 현직 검사 실명이 적힌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이 어떻게 불법으로 제1야당에 전달됐는지 밝히는 게 관건이다. 그 진위를 본 시민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선거개입, 권력사유화 문제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대검 감찰부가 사건의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했지만, 거론된 검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말의 일관성과 신뢰를 잃어버린 김 의원도 수사 대상자일 수밖에 없다. 여도 야도 시민도 조속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공수처도 검찰도 좋다. 수사당국은 이제 증거물 압수수색이 가능한 강제수사로 시급히 전환해 진상규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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