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책연구기관도 강도 높게 비판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경향신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대응전략을 담은 국책연구기관들의 합동 연구보고서가 정부에 제출됐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주관으로 국토연구원과 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금융연구원이 작성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다. 보고서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정책 전반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실효성 높은 대책을 내놓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원에 제출된 보고서는 주택정책 및 부동산 산업·조세 정책, 부동산 금융·형사정책 등 크게 3개 분야로 나눠졌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혼선과 실패는 시장의 변화상을 간과한 채 기존의 규제·과세 중심의 부동산관을 답습했기 때문이라는 총론적 지적은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정책 이념에 따른 조세·대출정책 틀의 변경, 일관적이지 않은 공급정책, 정책의 상충 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또 공공부문이 시장 안정에 기여하기보다는 실적·성과를 위해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가 됐고, 정치인·공직자들은 “이를 알면서도 조장·방치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가격통제에 대해서는 “실정의 책임을 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든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당국자들의 무책임성을 강도 높게 질타한 것이다. 보고서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출규제 개선,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양벌규정의 정비 등도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는 20여차례의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급등세는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7년 5월 이후 지난 7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약 두 배 올랐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매수심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등 당국자들은 거듭 집값이 고점에 이르렀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은 신뢰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중은행의 대출제한도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 오히려 변종 수익형부동산마저 등장해 피해가 우려될 정도다. 보고서 지적처럼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화”된 것이다. 정부는 보고서의 진단과 대안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보고서가 지적한 점을 면밀히 검토해 이제라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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