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는 철인이 아니다..뻔한 '벤투 용병술' 변화가 필요해
[스포츠경향]
“2경기를 모두 무실점으로 마쳤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2)은 카타르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첫 2연전을 마친 성적표에 만족했다. 이달 안방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연전에서 1승1무. 그의 표현처럼 단 1골도 내주지 않은 짠물 수비까지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역대 최종예선을 따져봐도 2승으로 출발한 1998년과 2014년을 제외하면 이보다 나은 성적은 없었다.
그런데 벤투 감독의 선수 운용을 살펴본다면 곱씹을 대목이 있다. 핵심 전력으로 간주되는 유럽파가 부진을 넘어 혹사 논란에 휩싸였다. 손흥민(29·토트넘)이 부상 방지를 위해 7일 레바논전을 결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손흥민은 레바논전 전날인 6일 오른쪽 종아리에 통증을 호소했는데, 정밀 검진에서 근육 염좌가 확인돼 아예 출전명단에서 빠졌다. 손흥민이 대표팀에 소집된 상황에서 부상으로 벤치에 앉지도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소속팀과 합의에 따라 한 경기만 치른 채 복귀한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부상을 걱정해 경기를 건너 뛴 경우는 없었다.
황의조(29·보르도)도 부상만 없을 뿐 컨디션 저하가 눈에 띄었다. 황의조는 레바논전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는데, 그 이유가 “45분 이상 출전할 수 없는 몸 상태”였기 때문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소속팀 경기를 마친 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선수들은 늘 체력 저하와 시차 적응에 시달린다.
영국에서 날아온 손흥민은 지난달 31일 대표팀에 합류해 50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라크전에 선발 투입돼 풀타임을 소화했다. 손흥민이 “좋은 컨디션을 만들지 못한 것은 핑계”라고 말했다고 가볍게 넘어갈 일은 아니다. 터키 페네르바체에 입단한 뒤 유럽에서 건너와 A매치를 치른 김민재(25)는 “유럽파 선배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총 10경기를 치르는 최종예선의 남은 8경기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더군다나 10월 A매치 기간에는 이번 소집보다 힘겨운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시리아와 국내에서 먼저 경기를 치른 뒤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이란으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 유럽에서 합류한 선수들은 시차에 적응을 마칠 시점에 다시 중동으로 가서 역시차에 시달리게 된다. 이들을 무조건 선발로 쓰는 것보다는 체력 안배를 위해 교체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라크전에서 교체로 출전했던 황희찬(25·울버햄프턴)은 레바논전에서 권창훈(27·수원)의 결승골을 도우며 체력 안배 효과를 확인했다.
대한축구협회도 남은 일정을 감안해 행정적으로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 운항이 제한돼 한국과 이란을 오가는 직항편이 전무한 터. 최종예선 막바지에 종종 등장하는 전세기도 고려해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전세기 문제는 협회 내부에서 알아보고 있는 단계”라면서 “비용보다는 이란을 운항한 항공기가 제재를 받는 어려움이 있다. 이 부분까지 고려해 해법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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